유니세프 간부 성희롱 논란 "좋은 비서는 침대에서 굿모닝"

유니세프 간부 성희롱 논란 "좋은 비서는 침대에서 굿모닝"


아동 구호 기구인 유니세프 한국위원회(한국 유니세프) 고위 간부가 상습 성희롱을 한 정황이 공개됐지만 기관에서는 쉬쉬하는 분위기가 이어졌고, 문제제기를 한 고발자가 해고된 것으로 지난 19일 밝혀졌습니다.

한국 유니세프의 성희롱 논란이 제기된 것은 이 단체 고위 간부 A씨가 여성 직원들에게 수차례 성적인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낄 만한 발언을 했다고 B팀장이 신고해 지난 1월 내부 조사위원회가 구성되면서부터입니다.

피해자 C씨는 조사위에 “A씨가 나에게 ‘영어 하는 게 동두천 미국 접대부 같다’, ‘허리가 가늘어서 애나 낳겠느냐’ 등의 발언을 했다”며 “이 때문에 충격을 받아 무급휴직을 해야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조사위는 A씨가 C씨 말고 다른 여직원에게도 성희롱에 가까운 발언을 일삼았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한 직원은 “A씨가 ‘보통 비서는 아침에 굿모닝 하지만 좋은 비서는 침대에서 굿모닝 한다’는 말을 했다”고 조사위에 진술서를 냈습니다.

그러나 조사위는 “직접 피해자 C씨가 아닌 B팀장이 신고를 했고,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 반응에서 특이사항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A씨의 성희롱이 사실이 아니라고 지난 9월 결론 내린 바 있습니다.

조사위는 “피해자가 당시 불쾌함을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유니세프 내부에선 “납득할 수 없는 조처”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직원은 “복직을 앞둔 육아휴직자가 인사를 하러 갔는데 A씨가 대뜸 ‘둘째도 딸이면 대가 끊겼네’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요즘 대가 끊기는 게 어딨느냐’고 했더니 ‘옛날이고 지금이고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들도 A씨가 “여자 비서는 커피 타려고 두는 거다” “예전 비서들은 어려서 보기 좋았는데 요즘은 나이가 많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유니세프 내부에선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온 것은 가해자인 A씨가 조사위 내부 위원들을 직접 골랐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실제 A씨는 지난해 12월 송상현 한국 유니세프 회장(전 국제형사재판소장)한테 전자우편을 보내 내부 출신 조사위원 2명을 추천했는데, 이들은 모두 조사위원으로 임명됐습니다.

피해자 C씨가 지난 9월 조사위에 보낸 ‘재심 요청서’ 역시 묵살됐습니다. 피해자 C씨는 스트레스성 신체장애로 7개월 동안 무급휴직을 했습니다. 그러나 조사위가 면죄부성 결론을 낸 뒤 한국 유니세프 쪽에서 “더 휴직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며 복직을 요구해 9월부터 다시 출근하는 처지입니다.

더구나 한국 유니세프는 내부 고발자 역할을 한 B팀장에 대해 “근무시간 중에 A씨 퇴진을 위해 집단적 활동을 했고 직장 내 규율과 질서를 문란케 한 행위를 했다”며 지난 8일 해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