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구세군 종소리가 들릴 때면 우리 사회 소외된 이웃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실제로 몇 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연말에 후원금도 늘어났지만, 최근 2년간은 연말 후원 규모가 늘지 않고 있다.
후원이 정체된 이유에 대해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소득 격차가 커져 상대적 빈곤감을 더 느끼는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후원자들은 '구호단체의 자금 운용 방식 신뢰도'를 기부를 망설이게 되는 원인으로 꼽았다. 한 누리꾼은 "구호단체의 자금 운용에 의구심이 들어 기부가 꺼려진다"고 토로했다.
구호단체들은 후원자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내·외부감사를 받고 연차보고서를 발행해 사업성과와 후원금 수입·지출 내역을 보고하고 있다. 또 연말에는 후원금의 구체적 사용내역을 보고하고 해외결연 후원자에게 결연 아동의 성장 상황을 알려주는 발표회를 연다.
후원 연차보고서 [사진출처 = 세이브더칠드런]
필자는 지난해 연말부터 1년간 해외아동결연 후원을 하고 있다. 결연을 시작하기 전에는 기부금이 제대로 아동에게 전달될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구호단체의 꾸준한 사업보고서와 아동 성장보고서를 통해 우려를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었다.지난해 겨울 학교를 졸업한 뒤 취준생이 된 필자는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쓰는 빠듯한 자취 살림이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기부를 결심했다. 그렇게 월 3만원으로 한 명의 아동을 전적으로 후원하는 해외아동결연의 후원자가 됐다.
결연아동이 그린 그림
신청 사흘 후 인도양의 한 국가에 살고 있는 아동과 매칭이 됐다는 문자를 받을 수 있었다. 약 일주일 후에는 결연 아동의 기본정보와 구호단체 해외사업장에서 후원금이 어떤 곳에 쓰이는지에 대한 안내를 담은 책자가 배송됐다. 이 후원 보고 책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매 분기 배송된다. 후원 시작 후 두 달 뒤에는 아동이 직접 쓰고 그린 편지와 그림을 받았다. 결연 아동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게 되니 후원을 시작한 것이 실감 났다.지난여름에는 아동이 생활하고 있는 해외 사업장을 방문해 아동을 직접 만나볼 기회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필자는 다음 기회를 기약했지만 후기를 통해 사업장을 방문한 후원자들이 전하는 현지 상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같은 후원자 입장인 누군가가 해외 사업장에 방문해 상황을 살펴보고 왔다는 점에 안심이 됐다.
사업보고회 안내 문자
이달에는 '해외결연 사업 보고회'에 초청받았다. 평일에 열려 직접 참가해볼 순 없었지만 '결연 후원금을 통해 아동이 생활하는 환경이 변화하는 모습', '아동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 간접 체험 행사' 등이 마련돼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내 후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간단하게나마 알 수 있었다.사실 처음 결연 아동과의 매칭을 기다리며 온갖 상상을 다 해봤다. 차인표·신애라 부부처럼 결연 아동이 사는 곳에 방문해 봉사 활동을 하고 떨어져 있어도 자주 소통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1년간 아동 결연을 해보니 상상처럼 아동과 많은 소통을 할 수는 없었다. 바쁜 일상에 결연 아동과의 소통은 잊혀지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아동결연을 하며 나의 작은 노력이 아동에게는 큰 도움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행복을 느꼈다.
3년째 에티오피아 아동을 결연 후원 중인 주부 이 모 씨(49)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해 결연 아동과 소통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해 한국어로 편지를 쓰면 구호단체 측에서 다시 영어로 번역해 보내기 때문에 두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해 3년간 두 통의 편지밖에 보내지 못했다"고 소통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소통은 자주 하지 못해도 아이를 돕고 있다는 생각에 기쁘다"고 덧붙였다.
점퍼데이 캠페인에 참가한 워너원 [사진출처=세이브더칠드런]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측 관계자는 이번 "이영학 사건 등 개인적인 기부금 횡령에 의한 타격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직접적으로 기부금을 전달하는 것보단 신생아 모자 뜨기 점퍼데이 등 캠페인에 참여하는 형식의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디지털뉴스국 노윤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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