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로 '진박 감정용' 여론조사를 실시한 데 관여한 혐의로 27일 오전 검찰에 소환됐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특활비 수사와 관련해 현역 의원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의원을 국정원 특활비 5억원을 여론조사에 사용한 부분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김 의원 측과) 조사 일정을 정하는 과정에서 이 사실이 사전에 공개될 경우 출석이 어렵다고 해 부득이하게 비공개로 소환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2016년 6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대통령 정무수석을 지냈다.
김 의원은 정무수석 재직 당시 4·13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대구·경북지역 경선 관련 여론조사 비용 5억원을 국정원에서 받아 여론조사 업체에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김 의원 전임인 현기환 전 대통령 정무수석이 국정원에 여론조사 비용을 요구했고, 김 의원 재직 당시 특활비 5억원이 지급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 1억여 원을 수수한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28일 검찰 출석을 앞둔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오전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검찰에 전달했다. 그는 그동안 혐의를 극구 부인하며 "공정하지 못한 수사에 협조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에 검찰은 "향후 수사 방향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재소환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최 의원이 계속 소환에 불응할 경우 검찰은 강제구인 절차를 택할 수밖에 없다. 현역 국회의원은 불체포특권이 인정돼 회기 중 체포나 구속 절차를 밟으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체포동의안은 표결에서 재적의원의 과반수 참석, 출석 의원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불체포특권은 회기 중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다음달 8일 정기국회가 끝나면 체포영장 청구가 가능하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최근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군의 정치 개입 수사와 관련해 '정치 보복' 논란이 커지자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정치적 사건에 대한 편향 수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국기 문란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법에 따라 진행하는 것일 뿐 결코 정치적인 사건에 대한 편향적인 수사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수사팀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각종 정치개입과 관련해 28일 오후 3시께 원세훈 전 국정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원 전 원장을 상대로 당시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 외곽팀' 운영 등에 관한 여러 범죄 사실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원 전 원장은 지난 8월 30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된 상태다. 또 같은 날 오전 10시에는 2012∼2013년 경찰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 당시 상황을 국정원에 누설한 혐의를 받는 김병찬 서울 용산경찰서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송광섭 기자 / 부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