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24일 박근혜 정부 시절 '관제시위(일명 화이트 리스트)'를 벌이는 보수단체를 지원하라고 대기업을 압박한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이날 오전 10시 이 전 실장을 불러 친정부 시위를 위한 모금 및 자금지원 과정에 국정원이 관여했는지를 조사했다. 이 전 실장은 검찰 출석 전 취재진과 만나 '혐의를 인정하느냐', '누구의 지시였느냐' 등의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검찰은 박 정부 시절 이 전 실장이 현대기아차그룹 수뇌부에게 요구해 대한민국재향경우회(경우회) 산하 영리법인인 경안흥업에 수십억원대 일감을 몰아준 정황을 포착해 수사했다.
검찰은 지난해 '비선실세 국정농단' 수사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이어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을 통해 대기업 자금 수십억 원을 걷어 보수단체에 건넨 혐의를 수사해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국정원 간부들이 개입한 정황을 새로 확인해 지난 11일 이 전 실장의 자택과 경우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는 화이트리스트 혐의의 주요 피의자인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외에도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으로 확대됐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또 이날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전 국장은 이명박 정부 때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문건' 등 국정원 정치개입 전반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12년 12월 16일 국정원 댓글 사건의 경찰 중간수사 발표 당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과 통화한 사실이 2013년 국회 국정조사특위 조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김 전 단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원에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13년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끌던 검찰 특별수사팀이 국정원 심리전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당시 국정원 측이 '위장사무실'을 만들어 사실을 은폐하려고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현정 기자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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