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살해와 시신 유기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이 난치병 딸을 앞세워 13년간 13억원의 후원금을 받아 2억원 정도만 실제 치료비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외제차와 자동차 튜닝, 고급 반려견 등 상당액은 개인의 호화생활에 사용된 정황을 포착해 경찰이 수사중이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이영학의 딸과 아내의 후원계좌 등을 분석한 결과 약 13억원의 후원금이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영학은 자신의 딸이 희귀병인 '거대백악종'을 앓고 있지만, 수술을 받을 돈이 없다고 호소하며 모금했다. 경찰은 이 중 이영학 계좌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송금된 1억6000만원 가량이 딸 진료비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영학의 딸은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대병원에서 5차례 큰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확인 결과 이영학의 체포직후 발견된 계좌엔 불과 3000~4000만원이 남아있었다.
경찰은 딸 치료에 사용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11억원의 용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영학의 SNS 등에선 그가 문신비용으로 수백만원 가량을 지출하고 외제차 등 고급 승용차를 구매하고 차량을 튜닝하는 등 후원금을 개인적 용도에 사용한 흔적이 곳곳서 발견됐다. 아울러 고급 반려견을 수시로 사고팔고 부산 등지의 고급호텔을 이용하기도 했다. 매일경제가 확인한 그의 SNS에선 돈이 떨어졌을 때 "너무 힘들어 이제 생을 마감하려 한다"는 글을 올리는 등 자살소동을 일으키며 다시 후원금을 모금했다.
경찰은 이영학이 10여년간 사용한 신용카드 3∼4개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받아 지출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이영학을 추궁해 정확한 유용 금액을 확인한 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기부사기 혐의'를 추가 적용할 계획이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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