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을 저지르고 화재로 위장하기 위해 현장에 불을 지르는 범인, 보험금을 노리고 일부러 불을 내는 방화범들이 하는 생각은 비슷합니다. "불에 다 타버리면 증거도 사라지겠지."
실제 화재현장에서 방화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범행에 쓰인 시너나 석유 같은 인화 물질을 감지하는 유증감지기가 있지만 이미 잿더미가 된 현장에서 제 역할을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서 양성한 조사견 '폴리'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키워졌습니다.
올해 1살, 리트리버 종인 폴리의 무기는 단연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후각입니다.
일반 화재와 달리 사람이 일부러 불을 내기 위해서는 휘발유 같은 인화 물질이 사용됩니다. 불이 화재현장을 집어삼켰더라도 인화 물질의 흔적은 미세하게 남습니다.
폴리는 휘발유나 시너 등 인화 물질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훈련받았습니다. 기계가 감지하지 못하는 극소량의 인화 물질 흔적도 찾아낼 수 있다. 야외에 노출된 지 오래 지났어도 문제없습니다.
실제 경찰에서 테스트한 결과 폴리는 0.01㎖의 시너를 흙에 섞은 후 24시간이 지난 시료도 감지해 냈습니다. 시너 방울이 쌀알의 3분의 1 크기에 불과한 극소량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유증감지기는 이 시료에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폴리를 양성한 최영진 핸들러는 "경기북부지역에는 특히 영세 공장 화재가 잦고, 보험금을 노리고 일부러 불을 지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이런 지역적 특색에 맞춰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화재 조사 요원들과 함께 폴리를 양성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장에 폴리가 투입돼 특정 부분에 반응을 보이면 수사기관은 바로 방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 폴리가 반응한 부분의 시료만 채취해 국과수 등 조사기관에서 정밀 조사하면 수사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경찰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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