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전문 `직방`, 아파트 시장 넓히려다 복제매물로 소송당해

# 직방 앱에서 아파트 매물을 검색하던 김모씨(30대)는 마침 적당한 물건을 발견하고 매물을 올린 공인중개사무소에 전화를 했지만, 해당 매물은 이미 거래가 끝났 상태였다. 실망한 김씨가 삭제를 요구하자 공인중개사는 "해당 매물을 거래 즉시 삭제했으며 왜 가입한 적도 없는 직방 앱에 매물이 올라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원룸임대정보업체로 시작한 '직방'이 이처럼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다른 매물업체의 매물을 무단 복제해 사용하다 결국 소송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룸정보회원사 모집을 전문으로 하던 직방은 지난해 6월 업역확장을 위해 아파트 정보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올 4월부터는 아파트를 전문으로 하는 안심중개업소 모집에 나섰다.
매물정보업체 더비즈는 지난달 27일 직방을 상대로 '데이터베이스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며 오는 25일 첫 심판기일을 앞두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현재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매물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직방 웹사이트와 앱에 게재된 아파트 매물 대부분이 네이버와 다음 등 각종 온라인 포털의 아파트 매물인데 사전 협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비즈가 파악한 무단 도용 매물수만 15만여 건에 달하며, 직방은 매물 확보가 부족했던 사업 초기 타사 매물을 무단으로 도용한 뒤 직방 자체회원인 안심중개업소 모집 시 기존 매물을 삭제하거나 사이트 하단으로 내리는 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더비즈 김명선 대표는 "네이버에 등록된 매물정보를 직방이 무단으로 복제해서 서비스에 이용하는 것은 '무전취식'과 같다"면서 "가처분 심판을 진행하면서 그동안의 아파트매물정보 무단복제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위매물 클레임에 따른 피해도 늘고 있다. 매물 등록 중개업소 회원들은 매물이 이미 거래됐거나 의뢰인이 매물 철회를 요구할 경우 네이버 등에 노출된 매물을 바로 삭제하는데 비해 직방에서 무단 도용된 매물은 그대로 노출돼 회원 중개업소는 '허위매물'에 대한 클레임도 적잖이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직방에 매물을 올린 적이 없다는 한 공인중개사는 "직방에 업소의 매물과 연락처가 그대로 노출되는 바람에 연락을 해오는 소비자들로부터 '거래가 끝났으면 매물을 삭제해야지 왜 그대로 둔채 허위매물 장사를 하느냐'는 항의가 잦다"고 토로했다.
매물을 등록하는 회원사들은 건당 최소 1000원에서 1만5000원의 검증비용을 들여 매물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가 각 매물마다 소유자와 의뢰인 확인을 거쳐야만 매물을 올릴 수 있도록 해놨기 때문이다.
직방 커뮤니케이션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직방은 자체 시세 조사팀과 대동여지도 TF팀이 아파트 단지를 돌며 온·오프라인상 매물 정보를 수집해 이를 제공한 것"이라며 "매물 도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향후 선임한 변호사와 동행해 자체적으로 구축해놓은 시스템과 자료들을 근거로 소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