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사고·특목고 나왔어. 너희와 같은 대학교에 있지만 출신이 달라. 그런 걸 과시하려는 것 같아요."
지난해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출신 고교명을 새긴 학과 잠바(과잠)'에 대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다니는 한 학생이 한 말이다.
최근 대학 수시 원서 접수 기간을 맞아 출신 고등학교 이름을 넣은 과잠이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과잠에는 대학명, 학과, 학번 등의 내용이 표시돼 대학생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제2의 신분증과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과잠에 대학교 내 고교 동문끼리 출신 고등학교 이름까지 새기며 논란이 일고 있다.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것.
학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당 과잠에 대한 의견을 묻는가 하면 찬·반 양측으로 나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과잠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고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출신 고교에 따라 학벌 계급이 존재한다며 '학벌주의 조장'이라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한 학생은 "보통 특목고·자사고 출신들이 과잠에 출신고를 새기는 경우가 많다"며 "'난 너와 다른 계급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 위축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과잠에 글자를 수놓는 것으로 자신을 표현하다 보면 머지않아 과잠에 MAJOR TOP(과탑), SUSI(수시), JUNGSI(정시)라는 글자도 발견하겠다"며 비판섞인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일반고 출신치고 똑똑하다"라는 식의 차별적 발언을 일삼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고교명을 새기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고 맞선다. 자랑이나 학교 (자)부심을 부리는 게 아닌 소속감과 친밀감의 표시라며 출신 고등학교 이름을 새긴 과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과잠에 이미 대학교 이름, 학과 등 기본적인 정보가 다 쓰여있는데 고등학교 이름 하나 추가된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 누리꾼은 "과잠이라는 것이 허용된다면 그 위에 고등학교 이름을 새기는 것 역시 허용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특목고 출신이라 오히려 성적에 대한 주변의 기대가 심하고 건방질 것이라는 오해를 받아 억울하다며 답답해했다.
[디지털뉴스국 노윤주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