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작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개보수 공사가 2년 넘게 34층을 무단 점거 중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의 비협조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개보수 공사 시작과 함께 롯데호텔 신관의 모든 층이 비워졌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거주 공간인 34층만은 여전히 신 전 부회장 측이 비워주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소공동 롯데호텔은 내년 8월 완공 목표로 지난달 1일부터 신관 개보수 공사에 착수했지만 신 전 부회장 측이 한 달 넘게 34층을 비워주지 않아 전면적인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롯데 측은 신관 개보수 공사 시작과 함께 롯데호텔 생활에 익숙해 다른 곳에 가기 어려운 신 총괄회장을 위해 신관 바로 옆 본관 건물 34층에 동일한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신 총괄회장의 정서적 안정과 편의를 위해 가구, 집기, 인테리어 등 모든 환경을 기존 집무실과 최대한 유사하게 꾸몄다고 롯데는 설명했습니다.
새로 마련한 본관 34층의 신 총괄회장 거처 겸 집무실은 회의실, 거실, 침실, 업무자 대기실 등 총 6실로 구성됐으며 신 총괄회장이 95세의 고령이란 점을 감안해 손잡이 등 각종 안전시설도 꼼꼼하게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롯데는 특히 신 총괄회장의 정서적 안정과 안락한 생활을 위해 새로운 거소의 최종 점검을 그의 일본인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했다고 전했습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과 편의를 위해 기존에 계시던 곳과 거의 동일한 환경을 마련했으며 하츠코 여사와 함께 일일이 점검하는 등 만전을 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향후 신 총괄회장이 원한다면 잠실 롯데월드타워 프리미어7(프라이빗 오피스) 114층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최근 설계까지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2015년 7월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뒤 줄곧 신 총괄회장의 신변을 관리해온 신 전 부회장 측은 기존에 머물고 있는 롯데호텔 신관 34층에서 떠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신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총괄회장님이 고령에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인데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며 "본인의 뜻이 가장 중요하지만,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면 거처 이전은 곤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호텔 신관에 대해 전면 개조 공사를 진행할 예정인 롯데호텔은 신 전 부회장 측의 이 같은 '몽니'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되지 못할 경우 호텔 영업중단 기간의 장기화와 사전예약 고객에 대한 배상 문제 등 다양한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특급호텔로서의 브랜드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을 비롯해 그가 회장으로 있는 SDJ코퍼레이션 측 사람들이 호텔 신관 34층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물리적 충돌을 피하고자 그동안 이를 묵인해왔다"며 "최근 후견인도 선정된 만큼 향후 총괄회장님의 건강과 안정을 위한 방향으로 후견이 행해질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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