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수유동 빌라에 사는 A씨는 이사 온 윗집에서 들리는 아기 뛰는 소리에 고통받다 위층에 직접 올라가 항의했다. 하지만 그 순간 조심하겠다는 대답만 들었을 뿐 이후에도 아기 뛰는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A씨는 직접 매트를 가져다 주겠다고까지 제안했지만 그간 분쟁을 통해 사이가 틀어진 윗집에서는 이마저도 거절했다.
A씨는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를 통해 조정을 신청했다. 센터에서 선임한 조정위원을 사이에 두고 서울시 서소문청사 1층에 마련된 조정실에서 직접 만난 양측은 거듭된 대화 끝에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윗집에서는 매트를 바닥에 깔고 슬리퍼를 사용하기로 했고, A씨는 앞으로 불만이 있을 경우 직접 올라가는 대신 문자 등으로 얘기를 나누기로 약속했다.
지난 25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인해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등 이웃 간 사소해 보이는 다툼이 불미스런 사건들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운영중인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기 소음·담배냄새·주차 등 이웃 간 분쟁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화제다.
지난해 6월 첫발을 뗀 조정선터는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는 이웃 간 분쟁에 대해 지난 1년 간 총 1847건의 상담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웃간 분쟁으로 조정을 신청하면 변호사, 변리사, 조정전문가 등 31명으로 구성된 '조정위원' 가운데 해당 사건에 적합한 2명의 위원이 무료 상담과 조정을 진행한다.
서상범 서울시 법률지원담당관은 "조정절차는 분쟁 당사자가 직접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 협력하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며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를 통하는 경우 비용도 들지 않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전국 400여개의 분쟁조정센터에서 1만2000여명의 전문가들이 이웃간 분쟁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과 광주 두 곳에서만 조정센터를 운영하는 데 그치고 있어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가 선례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장혁재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우리나라 사회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5위로 높지만, 갈등관리지수는 27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며 "조정을 신청한 시민들은 설사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에도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 자체에 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정위원을 선정해 정식 조정에 들어가기 직전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의 경우도 변호사·조정전문가 등 전문 조정위원의 조정을 통한 합의가 58건이었고, 그 절반인 29건의 경우 조정 실시 전 상담을 통한 당사자간 합의에 도달했다.
지난 1년간 조정센터에 들어온 1847건의 분쟁 상담 중 소음 관련 상담이 679건으로 37%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누수가 370건(20%)으로 소음 다음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수도 등 시설문제(151건), 흡연·매연·악취(101건), 반려동물 관련 문제(90건), 주차(76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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