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쌈, 마이웨이' 촬영지를 찾은 방문객이 세트 소품에 낙서를 해놓은 사실이 알려지며 누리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최근 이 드라마 관계자로 보이는 한 누리꾼은 소셜미디어(SNS)에 사진을 올렸다. 공개된 사진에는 드라마 소품에 '민주, 요한 2017.6.29 ~♡'이라는 글자가 매직으로 쓰여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 누리꾼은 "예의 없이 우리 세트 소품에 잔뜩 자기 이름 적어 놓고… 6월29일 방문한 요한민주 커플 찾는다"며 "소품에 적힌 이름 지우느라 스태프들 고생 중이다"라는 글도 덧붙였다. 이어 "앞으로 드라마 끝나면 올 일도 없겠지만 여기 와서 술 마시고 담배 피고 낙서한 많은 분들 주민들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앞으로는 와도 세트 없으니 오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연인들은 사랑의 증표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남긴다. 놀이공원과 같은 유원지에 글자를 새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대나무숲·수목원을 찾아 식물에 상처를 내가며 사랑을 확인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도 종종 한글 낙서가 발견돼 망신을 사기도 한다.
'낙서를 하지 말라'는 경고에도 왜 커플들은 'OO♥OO, 몇년 몇월 몇일 왔다감' '우리 사랑 영원히' '다음에 또 같이 오자'와 같은 문구를 남기고 싶어할까. tvN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나온 내용을 통해 답을 찾아봤다.
알쓸신잡 출연자인 유희열과 정재승은 경주 엑스포에 있는 대관람차를 탔다. 대관람차 내부는 연인들의 낙서로 가득 차 있었다. 이후 각자 관광을 마친 5명의 출연자들이 다시 모였고 그 자리에서 '왜 커플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어딘가에 새기려고 할까'라는 주제로 토론이 벌어졌다.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그중 소설가 김영하의 의견에 대다수의 출연자들이 수긍했다.
김영하 작가는 "사랑도 자아도 불안정하니까 안정돼 보이는 곳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기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는 "바위처럼 사랑과 자아가 단단하면 그런 낙서를 왜 하겠느냐"면서 "사랑이나 자아를 표상할 수 없으니 이름이라도 새기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사랑과 자아가 불안정하다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자연을 해치면서 이것들을 확인해야 하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에디터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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