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을 잡아 새끼에게 먹이로 주는 습성 등 그동안 문서로만 확인할 수 있던 멸종위기종 팔색조의 생태와 관련한 모습이 처음으로 포착됐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9일 어린 뱀을 사냥하는 등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팔색조의 생태 습성을 파악할 수 있는 장면들을 처음으로 촬영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지난달 경남 남해군 금산 일대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팔색조를 관찰하던 중 어린 뱀을 잡은 모습을 최초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1964년 발간된 한국문화연구원 학술 자료 중 뱀이 어미 팔색조를 두려워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실제로 팔색조가 뱀을 먹이로 주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일반적으로 팔색조는 새끼에게 지렁이를 먹이로 줍니다.
이번 관찰 과정에서는 팔색조가 새끼를 보호하고자 부화하고 남은 알껍데기를 먹는 장면도 포착했습니다.
일부 조류에서 어미가 알껍데기를 먹는 모습이 자주 확인됐지만, 팔색조는 기록만 있었을 뿐 실제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알껍데기가 둥지에 남아있을 경우 새끼들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대로 둥지 밖에 버릴 경우에는 천적들에게 위치를 노출할 수 있습니다.
팔색조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산림 파괴 등으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 세계적으로 2천500∼1만 마리 정도가 남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어둡고 습한 계곡이나 원시림 같은 특수 환경에서만 서식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거제도, 경남 남해군 금산 일대에 주로 삽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12년 금산 일대에서 팔색조 서식을 처음으로 확인한 이후 이 일대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거제도의 학동마을 동백 숲에서도 3쌍 이상의 팔색조가 번식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팔색조의 생태적 습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번식지 보호, 국립공원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거제도 학동마을을 '팔색조 마을'로 만들기 위한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문명근 한려해상국립공원 사무장은 "한려해상국립공원 곳곳에 여름 철새인 팔색조가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공원 내에 팔색조 분포를 정밀하게 조사하고, 서식에 방해되는 요인을 제거하는 등 팔색조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밝혔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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