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에 예년에는 잘 볼 수 없었던 해충까지 창궐하면서 전국의 농가들이 '죽을 맛'이다.
2일 경북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기술원은 지난달 29일 멸강나방 유충이 발견된 울진군 평해읍에서 '무인 헬기 병해충 119 방제단'을 긴급 가동했다.
이날 방제단은 울진 뿐 아니라 안동과 경주에서도 방제 작업을 했다. 지난 달 23일 상주에서 도내 첫 멸강나방 유충이 발견된 이후 1주일동안 경북 곳곳에서 멸강나방이 발견되자 공격적인 방제에 나선 것이다. 경북지역 멸강나방 피해 면적도 지난해 1㏊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260㏊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옥수수, 벼 등 주로 볏과 식물에 서식하면서 잎을 빠른 속도로 갉아먹는 멸강나방은 완전히 성장하면 약을 뿌려도 잘 죽지 않아 방제 시기를 놓치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경북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멸강나방은 발견하지 하루가 지나면 발견된 곳 주변이 쑥대밭이 될 정도로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준다"며 "멸강나방 피해 확산을 위해 방제 작업에 무인 헬기까지 동원하고 있다. 이상한 벌레가 발견되면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발견된 멸강나방은 지난 5월 바람을 타고 중국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인다. 이 멸강나방들이 낳은 알이 부화하면서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고온건조한 날씨 탓에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해 지자체마다 방제에 애를 먹고 있다. 현재 가뭄피해가 집중된 충북에서는 충주 35㏊, 청주 20㏊, 음성 18㏊ 등 80여㏊에서 멸강나방이 발생해 이미 10㏊의 농경지가 제대로 된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심한 피해를 봤다. 더 심각한 건 작년 겨울 기온이 예년보다 높았던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외래해충이 그 어느 때보다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선녀벌레와 꽃매미, 갈색날개매미충 등 계절에 따라 다양한 해충 유입이 우려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지난달 외래해충 전국 일제 방제 기간을 정해 산림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공동방제를 했다"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 서울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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