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 '비선 실세' 최순실(61)씨가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사건과 관련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는 23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박영수 특검팀의 구형량은 7년이었다.
법원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겐 징역 2년, 남궁곤 전 입학처장에겐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류철균(필명 이인화) 교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경숙 전 이대 학장은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증거에 의하면 최씨와 김종, 김경숙, 남궁곤, 최경희 사이에 정유라의 부정선발에 관한 순차 공모 관계가 성립하고, 최경희가 남궁곤에 정유라 선발 지시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씨에 대해 "자녀가 체육특기자로 성공하기 위해선 법과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배려받아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과 주변 사람이 자신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특혜의식이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최씨의 행태에 대해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어머니 마음으로 보기엔 너무나 많은 불법 행위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최 전 총장에 대해선 "사회 유력인사 딸이 지원한 것을 알고 대학 최고 책임자의 책임과 의무를 저버렸다"며 "정유라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애쓴 흔적은 국민 전체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은 노력과 능력에 따라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사회 믿음을 뿌리부터 흔들리게 했다"며 "공정한 입시에 대한 믿음, 신뢰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무엇보다 최선을 다해 교과목을 수강하고 공정한 평가를 기대한 수강생들의 허탈감과 배신감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며 "공정성이란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딸 정씨, 최 전 총장 등 이대 관계자들과 공모해 '2015학년도 수시모집 체육특기자 전형'에 응시한 정씨를 입학시키려고 면접위원 등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정씨가 수업에 결석하거나 과제물을 내지 않았는데도 정상 학점을 줘 이대의 학사 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최씨는 정씨가 재학한 청담고 체육 교사에게 30만원의 뇌물을 주고 봉사활동 실적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 등도 받았다.
다만 최씨의 사문서위조 혐의 등 각 피고인의 일부 행위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이 학사비리 사건을 유죄로 인정한 데다 최씨의 딸 정씨의 공모관계까지 인정하면서 정씨의 수사와 향후 재판에도 적잖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이다.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