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으로부터 K스포츠재단 등에 지원 요구를 받고 이를 거절한 경위 등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박 전 대통령, 최순실씨(61·구속기소) 등의 뇌물공여 등 11회 공판에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 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자리에서 CJ헬로비전 합병 문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출소 문제 등을 부탁했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증언했다. 박 전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에 감사를 표시하고 지속적인 협조를 당부했다는 사실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작년 2월 16일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최 회장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독대 이후 SK측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으로부터 K스포츠재단 등에 총89억원을 지급하는 제안서를 받았다. 이중 50억원을 최씨가 독일에 세운 '비덱스포츠'로 송금해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이 사장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재단 지원과 관련해 박영춘 SK그룹 부사장이 너무 빡빡하게 군다"는 항의전화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이후 이 사장은 오랜 고민 끝에 "재단 사업에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아 SK가 직접 관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안 전 수석에게 보냈다. 이에 대해 검찰이 "다년간 대관 업무 경험상 청와대 측의 지시나 요구가 왔을 때 반드시 나중에 법적인 리스크 있을 수 있어 그렇게 판단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SK측은 결국 "89억원은 곤란하니 대신 재단에 20~30억원을 추가 출연을 하겠다"는 의사를 재단 측 실무자들에게 전달했다. 이에 대해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69·사법연수원4기)가 "이건 뇌물제공 의사 표시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자 이 사장은 "완전히 거부한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일종의 예의 바른 접근 방법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또 그는 "SK가 요구를 안 들어줘서 청와대가 CJ헬로비전 합병을 반대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는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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