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65)에 대한 비선진료 혐의 피고인들이 16일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 받았다. 검찰이 지난해 10월 '비선실세' 최순실 씨(61·구속기소)의 국정농단 사태 수사에 착수한 지 7개월 만에 나온 첫 선고다.
법원은 이들이 지난해 말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나와 위증한 혐의에 대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길 바라는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저버렸다"고 강하게 꾸짖었다. 박 전 대통령이 비선진료인의 부인에게 특혜를 제공하도록 지시했다는 비위사실도 인정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는 청와대에 '보안손님'으로 드나들며 박 전 대통령에게 보톡스 시술을 해주고도 거짓 증언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57)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에 대한 4900만원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그의 부인 박채윤 씨(48)에게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원장은 대통령 '비선진료인'에 속한다"며 "청와대 공식 출입절차를 거치지 않고 관저를 14회 방문하면서 미용시술을 한 것으로 기록상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어 "비선진료 행위를 숨기기 위해 청문회장에서조차 거짓말을 해 온 국민 앞에서 진실을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뒤늦게나마 범행을 시인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며 "청문회 당시에는 세월호 당일 시술했다는 논란 때문에 두 아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위증한 동기를 참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씨에 대해서는 "국정농단에 적극적으로 편승해 사업상 이익을 취득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씨는 2013년 10~12월부터 최씨·박 전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고, 이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을 통해 해외순방 동행 등 여러 특혜를 제공 받았다"고 지적했다. 박씨가 그 대가로 총 5980여만원을 안 전 수석 등에게 건넸다는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한편 법정에서도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를 부인한 정기양 세브란스병원 교수(58·불구속기소)에게는 "계속된 거짓말에 대해 매우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2013년 7월 청와대로부터 '대통령의 여름휴가 기간 동안 실 리프팅 시술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병석 전 대통령 주치의와 함께 구체적으로 계획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국회 청문회에서 "(시술을 계획한 적이) 없다"고 위증한 혐의다.
이밖에 2012~2014년 박 전 대통령을 진료한 기록부에 '최순실' '길라임' 등 이름을 허위 기재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55)는 벌금 1000만원, 국회 위증 혐의로 기소된 최씨 가족의 주치의로 알려진 이임순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교수(64)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이날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 등의 뇌물공여 혐의 등 15차 공판에서 이 부회장 측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신문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특검 측의 증인신청에 동의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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