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가 26일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처음으로 조타실로 들어갔다. 세월호 5층에 있는 조타실 수색에는 선조위 권영빈 상임위원과 김철승 위원이 참여했다.
권 상임위원은 조타실 내부를 본 소감을 "착찹하다"고 했다. 권 상임위원이 이날 공개한 사진 속 조타실 좌현쪽은 폭격을 맞은 것처럼 장애물이 가득 쌓여 있었다.
세월호가 왼쪽으로 기울어 침몰하면서 온갖 집기류와 기계 장치들이 한쪽으로 쏟아진 것이다. 배에 고정됐던 키(조타기)와 책꽂이 등 몇 개는 침몰 전과 같은 위치에 있었으나 검붉게 녹슬거나 곰팡이가 끼어 형태만 알아 볼 수 있었다.
평형수, 연료 등을 가르키는 각종 계기판은 녹과 진흙이 덕지덕지 붙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권 위원은 "각종 계기판은 전기가 끊어져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선원들이 자신들의 탈출을 위해 사용했던 무전기는 없고 충전기만 한쪽 벽에 덩그러니 고정돼 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는 10시 17분 12초 정도에 멈춰 있었다. 김창준 선조위원장은 "조타실 시계는 전기로 작동되므로 시계가 멈춘 시각은 전기 공급이 멈춘 시각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해 세월호가 침몰된 시각으로 해석된다. 사고 원인을 수사했던 검찰은 세월호가 완전히 전복된 시각을 10시17분 06초로 규정했다. 당시 단원고 학생이 보낸 마지막 카톡도 10시 17분이었다.
침몰 원인을 밝히는 핵심 기기인 침로기록장치(코스레코드)가 있었던 자리에는 침몰 당시 충격으로 1~1.5m가량의 폐자재가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침로기록장치는 타각(키를 돌리는 각도)와 침로(나침반이 가르치는 방향, 즉 배가 나가가야 할 깃)로 나뉘어 잉크로 표시돼 있다. 김 위원은 "침로기록장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전문업체 의뢰, 수거할 계획"이라면서 "3년 넘게 바다에 있어 잉크는 지워졌을 가능성이 있으며 복원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선조위는 침로기록장치와 레이더를 바탕으로 작성된 AIS의 침로기록과 비교할 계획이다.
[목포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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