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장 출신들을 브로커로 고용해 4만건에 달하는 등기사건을 싹쓸이한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와 사무국장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26일 부산지검 법조비리 단속전담반(반장 정종화 강력부장)은 브로커를 고용해 등기사건을 수임하고 알선료를 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대구에 주사무소를 둔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A 씨(62)와 사무국장 B 씨(57)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 법무법인 부산 분사무소 사무국장과 등기사건을 알선해주고 거액의 알선수수료를 받은 혐의로 은행 지점장 출신 브로커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 등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대구 주사무소와 부산 분사무소에 지점장 출신 15명을 등기알선 브로커로 고용하고 4만여 건의 은행권 등기사건(56억원 상당)을 수임했다. 이들은 브로커들에게 알선수수료 명목으로 10억4000여만원을 줬다.
A 씨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은 등기사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곳으로 지점장 출신들을 '법무실장'으로 등록해 정식 직원으로 고용한 것처럼 꾸몄다. 지점장 출신 브로커들은 자신이 근무했던 은행 직원들과의 연고나 친분을 내세워 해당 은행에 들어온 등기사건을 법무법인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연결해줬다.
이들은 전체 수임료의 20∼22%인 10억4000여만원을 알선수수료 명목으로 받았는데 검찰은 이 금액에 대해 추징보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브로커가 가져온 등기사건은 경력이 짧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명의로 처리됐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11월 부산법무사회에서 해당 법무법인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법무사들은 등기사건을 처리해도 수수료가 제한되고 직원을 최대 5명밖에 고용할 수밖에 없지만 변호사는 이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
변호사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법무법인이 등기사건으로 눈을 돌리면서 브로커를 정식 직원인 것처럼 등록한 후 '덤핑 가격'에 등기사건을 싹쓸이하는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브로커를 이용한 등기사건 수임은 정상적인 법률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법조 브로커에 의한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켜 국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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