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게 기도하는 것, 바다가 잠잠하길 바라는 것,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어 마음이 아픕니다."
이금희(49)씨는 19일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서 뉘엿뉘엿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씨는 2014년 4월 16일 맹골수도 45m 아래로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딸 조은화(당시 단원고 2학년)양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1천69일을 보냈습니다.
이날 사고해역에서는 세월호를 해저면에서 1∼2m가량 들어 올리는 시험인양이 아쉽게도 높은 파도 때문에 무산됐습니다.
방파제 난간에 묶인 채 시들어버린 꽃처럼 이씨가 신고 있던 신발은 옆구리가 닳다못해 터져 있었습니다.
이씨 곁에는 단원고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48)씨도 함께 있었습니다.
오전에도 팽목항 방파제를 따라 걸었던 이들은 시험인양 무산 소식에 다시 한 번 바닷바람을 쐬러 나섰습니다.
박씨는 "'기다리면 찾아줄게'라고 약속했던 딸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방파제 초입에서 끝내 눈물을 떨궜습니다.
그는 "지난주 사고해역을 찾았을 때 '엄마,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며 "내가 다윤이 엄마라는 게 정말 미안하고 1초라도 빨리 아이를 찾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박씨는 "마음은 아프지만, 잘 됐으면 좋았겠지만, 오늘 시험인양에서 잘못된 부분이 드러났으니 좋은 날씨에 세월호가 올라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세월호 인양단은 선체를 끌어올릴 인양줄 일부가 꼬이는 현상을 확인하고 강한 철재로 된 방지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시험인양 등 후속일정은 22일 이후 기상 여건에 따라 결정될 예정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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