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로 군림한 최순실씨가 검찰 조사실에서 마주하게 될지 주목됩니다.
18일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21일 박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하면서 최씨를 비롯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주요 인물을 불러 대질(對質) 신문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대질신문은 피의자나 참고인, 증인 등이 말한 내용 사이에 모순이 있을 때 이들을 대면시켜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것입니다. 주로 진술 내용이 참인지 거짓인지 가리고 모순점을 발견하기 위해 이뤄집니다.
수사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공모 관계로 지목됐기 때문에 한배를 탄 셈이고 기본적으로는 서로 엇갈리는 진술을 하지 않으리라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그간 박 전 대통령이 표명한 입장을 보면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작년 11월 대국민 사과문에서 최씨에 관해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최종 변론일에 이동흡 변호사가 대독한 의견서에서는 "최순실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잘못된 일 역시, 제가 사전에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엄하게 단죄를 하였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최씨가 영향력을 행사해 이권 농단을 한 사실을 몰랐다는 취지지만 일련의 행위가 최씨 개인의 잘못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최씨는 더는 권력에 기대 출구를 모색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 양측이 특정한 사실을 둘러싸고 세세한 부분에서는 기억이 다르거나 진술이 엇갈릴 개연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최씨를 소환해 박 전 대통령의 핵심 혐의에 관련해 대질신문함으로써 증거를 보강하거나 의외의 사실을 새로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의 돌파구를 제공한 인물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을 불러 대질신문을 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의 '깨알 같은' 지시 사항을 "사초(史草) 수준"(수사팀 관계자)으로 수첩에 자세히 기록했고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와의 독대 자리에서 한 발언에 관해 진술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부인하고 싶은 진술을 많이 남긴 만큼 대질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됩니다.
반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나 조사 시간 및 효율성 등 문제를 고려해 굳이 대질신문까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권력의 정점에서 자신의 명을 받던 참모나 수십 년간 신뢰를 쌓은 친구를 검찰 조사실에서 마주 보며 옥신각신 사실관계를 따져야 한다면 이는 박 전 대통령에게는 견디기 힘든 순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그간의 조사 내용을 충분히 고려해 신문하므로 대질 가능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인식을 내비치면서도 "조사 방법 같은 것은 얘기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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