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67·구속기소·2006~2012년 재임)이 수천억원대 회계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남 전 사장 후임 고재호 전 사장(62·구속기소·2012~2015년 재임) 때 회계사기까지 합치면 대우조선 옛 경영진의 회계사기 액수는 순자산 기준으로 6조원대가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 기준 총 3조3000억원대다.
9일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남 전 사장을 외부감사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남 전 사장은 2008~2009회계연도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공시해 영업이익 총 5137억원을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다. 특수단에 따르면 남 전 사장은 2009년 3월께 대표이사직을 연임하기 위해 "경영실적을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에 맞추라"고 실무진에 지시했다.
이에 2008회계연도 영업이익은 실제로는 8286억원이었지만 재무제표에 1조316억원으로 기재됐다. 이어 2010년 3월에도 3737억원에 그친 영업이익을 6845억원으로 부풀린 것으로 파악됐다. 허위로 작성된 회계장부는 2010~2011년 조선 경기가 호전되자 비용을 뒤늦게 기재하는 방식으로 정상화 과정을 거친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단은 남 전 사장이 매년 정해진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성과급 삭감은 물론 대표직 해임까지 당할 것을 우려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은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매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영업이익 등 경영목표를 정한다.
앞서 고 전 사장은 영업외이익 등을 포함한 순자산 기준 5조7000억원대(영업이익 기준 2조8000억원대) 회계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고 항소심 중이다.
정부는 이들의 회계사기 이후 2015년에야 대우조선의 막대한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국고 4조200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특수단 관계자는 "남 전 사장이 경영실적을 부풀리려 저지른 회계사기 수법을 고 전 사장이 그대로 답습했다"고 지적했다.
남 전 사장은 이밖에도 측근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뒷돈을 챙긴 263억원대 배임 및 24억원대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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