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한글의 선행학습과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새 교과서를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교육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교육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어 실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을 시작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된 새로운 교과서로 수업을 받는다.
새 교과서의 가장 큰 특징은 한글 교육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아이들이 이미 한글을 떼고 왔다는 가정하에 수업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한글만큼은 공교육이 책임진다'는 목표로 체계적인 수업을 진행한다. 교육 시간도 기존 27시간에서 60여시간으로 대폭 늘리고 암기보다 놀이 중심으로 한글을 배우도록 했다.
교육부는 "글자의 노출을 최소화하고 듣기와 말하기 중심으로 교과서를 구성해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학생들도 한글을 몰라도 수업에 재밌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학생들이 미래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핵심역량을 재미있고 즐겁게 학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모두가 성장하는 행복교육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교육 시장이 한글 교육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함께 교육부가 오는 2019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사고력과 언어능력을 키울 수 있고 300자에 불과해 큰 부담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자 교육이 사교육 유발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서울교대를 포함한 10개의 교대 교수 196명으로 구성된 '초등한자 목록 300자 공표를 반대하는 전국 교육대학교 교수'는 지난달 29일 성명을 내고 "초등 사교육 팽창과 왜곡 현상이 걷잡을 수 없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발달 수준에 맞지 않는 한자를 강요하면 초등학생들의 학습 경쟁력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한자교육이 필요하다면 현재 중등 교육용 한자를 제대로 가르칠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자 관련 시험을 치지 않는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사교육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박 모씨(35·여)는 "아무리 시험을 안본다고는 하지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 같고 한자 병기가 시작되는 5학년에 올라가기 전에 학습지라도 시작할 것"이라며 "고학년 되면서 교과 수준이 어려워지는 것도 걱정인데 한자병기까지 도입된다면 정말 사교육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오는 2019년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SW) 교육이 의무화돼 사교육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국어, 영어, 수학에 이어 SW 관련 코딩(Coding) 사교육 부담에 학부모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원 성신여대 IT학부 교수는 SW교육과 관련해 "현재 코딩능력과 선생으로서 자질을 모두 갖춘 교원이 부족해 공교육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초등학생에게 무조건 SW교육을 시키기보다 교원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정부의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이경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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