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시흥캠퍼스 사업에 반대하며 100여일 넘게 본관을 점거하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멈추고 학생 참여를 보장하는 5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점거 학생들이 "점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냉담한 입장을 밝히면서 학내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대 등에 따르면 성낙인 총장은 지난 26일 학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학사위원회 의결에 따라 징계를 위해 진행하던 예비조사 절차를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성 총장은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에 학생 참여 보장 △학내 심의 기구인 평의원회와 재경위원회에 학생 참여 추진 △국내 대학 최초로 서울대 이사회에 학생 참관 추진 등 학생 참여를 보장하는 5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학생들에게 점거를 해제할 수 있는 마지막 '명분'을 줬다는 평가다.
그러나 점거 학생들은 냉담한 반응을 내놓았다. 서울대 본부를 점거중인 학생들은 '성낙인 총장의 중재안에 관한 입장'을 페이스북에 게시하고 "성 총장의 중재안을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는 점거와 맞바꿀 수 없다"며 "허울뿐인 학생참여로 가득한 중재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총장과 대학본부는 110일을 넘긴 점거투쟁을 통해 표출되고 있는 학생들의 요구에 기만으로 답하지 말라"며 "점거 사태 해결의 길은 실시협약 철회뿐"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사실상 학교측이 제시한 '출구'를 또 다시 거부한 것이다.
내홍이 장기화하면서 학생사회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점거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철회할때까지 농성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이지만 일부 단과대 학생회 등을 중심으로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0일 점거학생총회에서도 일부 학생들은 "인력을 소모하는 수준인 본부점거 유지 자체보다는 다른 방식의 투쟁의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학교측의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와 베스트 게시글에 오르기도 했다. 글쓴이는 "사실상 이번이 학교측의 마지막 제안이다. 개인적으로는 학생들의 요구 사안이 충분히 반영됐다고 생각한다"며 "학우들이 이번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았으면 좋겠다고"주장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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