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현지 경찰청 본부 안에서 한인 사업가 지모(53)씨가 납치·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이철성 경찰청장이 필리핀 경찰측에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25일 이 청장은 로날드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에게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 관련자 엄중 처벌,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 재발방지 노력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다음 달 14일 김귀찬 경찰청 차장(치안정감)을 필리핀에 파견할 예정이다. 현지에서 현지 교민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듣기로 했다. 또한 필리핀 경찰청과 고위급 회담을 통해 신속한 수사와 필리핀에 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강력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촉구할 방침이다.
이 청장은 "범인들이 모두 검거돼 법의 심판을 받을 때까지 필리핀에 파견된 경찰 주재관과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담당 경찰관)가 현지 경찰의 수사활동을 총력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18일 현지 경찰관이 마약 혐의를 날조해 필리핀 앙헬레스시에서 한국인 사업가 지씨를 납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지씨는 마닐라 케손시에 있는 경찰청 본부로 끌려가 목 졸려 살해됐다. 필리핀 경찰은 지씨 살해 사실을 숨기고 지씨 가족에게 몸값으로 500만 페소(1억2000여만원)를 뜯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연루된 사건인 만큼 현지 경찰당국은 사건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우리 경찰청 외사국장이 지난 12월 1일 현지 경찰청 수사국장에게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지만 사건 수사는 게걸음을 했다. 수사가 미진한 사이 범죄를 저지른 경찰관 중 한 명이 지난 1월 11일에 밴쿠버 행 항공기에 몸을 실은 사실도 확인됐다.
용의자 특정에는 현지에 파견된 '코리안데스크'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현지 경찰과 협조해 폐쇄회로화면(CCTV) 수사 등을 통해 주범의 신원과 범죄 차량을 특정했다. 목격자 확보·탐문수사를 등 벌이는 등 코리안데스크가 필리핀 경찰을 적극 지원해 주범 검거를 도와 필리핀 검찰이 현직 경찰관 2명 등 7명을 기소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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