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이르면 2월 중하순으로 앞당겨 질 것이라는 관측이 속속 나오고 있다. 23일 헌재가 8차 변론에서 향후 증인 소환계획 등을 확정하면 이 같은 탄핵심판 전체 일정의 윤곽도 드러날 전망이다. 누가 증인으로 추가 채택되는지에 따라 탄핵결정 시점이 법조계 다수설이었던 3월초가 될지, 아니면 그보다 앞당겨질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회 소추위원단은 이번주 초 박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서를 '탄핵이 필요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 위반이 있는지' 위주로 다시 정리해 제출하겠다고 지난주 밝혔다. 소추사유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는 그대로 두지만 "형사법적 논리에 매몰되지 말라"는 헌재의 반복된 요구에 맞춰 쟁점을 헌법위반 위주로 정리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향후 변론 과정에서 대통령 죄명이 '뇌물이냐, 강요냐'와 같은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해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회가 탄핵소추 의결서에 8가지 법률 위반 내용을 줄줄이 나열하고 '뇌물' '강요' 등 혐의명을 명시한 것이 심판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58·사법연수원 14기)도 지난 19일 "탄핵심판은 대통령 범죄행위의 유무죄를 심판하고 있는 게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뇌물수수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 선례에 명시된 '중대한 헌법 위반'의 하나일 뿐 뇌물죄 구성요건을 일일이 입증하는 게 탄핵심판의 본질은 아니라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국회가 이처럼 헌재 방침에 적극 부응하기로 하면서 탄핵심판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정미 재판관(55·16기)이 퇴임하는 3월 13일 전에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늦어도 이 재판관 퇴임 2주 전에는 결정문 작성에 착수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결정이 2월말께 나올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만약 2월 말 박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내려질 경우 대선은 '벚꽃 대선'으로 4월 말 치러질 전망이다. 헌법에 따라 후임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헌재 결정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실시해야 한다.
다만 탄핵심판 속도와 관련해 가장 큰 관심사는 인용 결정이 박 대통령의 강제수사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다. 헌재가 2월 28일 특검 활동 종료 전에 탄핵 결정을 내리면 박 대통령이 소추를 전제로 강제수사를 받게 된다. 3월 초 결론이 나더라도 특검활동이 30일간 연장될 경우 형사상 소추를 피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측으로선 특검에 기소되는 상황만은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변론 진행을 늦추려 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측이 지난 19일 "특검에 수사기록을 보내달라고 요청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특검 수사를 기다리거나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국회 소추위원인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57·17기)은 "특검 수사는 뇌물이 될 것이냐 아니냐가 걸려 있을 뿐 기초적 사실관계는 검찰이나 특검이나 크게 다르지 않고 어떤 법률 적용할지만 다르다. 검찰 수사결과만으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측이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 등을 문제 삼거나 증거 능력을 부인하면서 시간을 끌 빌미조차 주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밖에도 탄핵에 속도를 내려는 헌재 의지는 주도적인 소송 지휘를 통해 연일 확인되고 있다.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와 정호성 전 대통령 제1부속비서관(48·구속기소) 등 주요 증인 46명의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를 통해 이재만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51)과 안봉근 전 대통령 국정홍보비서관(51) 등의 불출석이 심리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했다. 더블루K 이사였던 고영태씨도 이날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으면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 채택할 수 있어 사실관계 파악에 무리가 없다. 국회 측도 신청 증인 10명을 무더기로 철회하는 등 증인 수 줄이기에 나섰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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