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고등고시 12회)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사법연수원 23기)이 20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조 장관이 구속되면 장관신분을 유지한채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불명예 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난 1995년 이형구 전 노동부 장관도 뇌물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으나 구속 하루 전 장관직에서 사퇴했다.
김 전실장과 조장관은 박영수 특별검사(65·10기)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 수사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다.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를 정부 지원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명단을 작성하고, 실제 지원을 차단할 것을 지시한 혐의(직원남용)를 받고 있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지내며 이같은 지시를 했고, 대통령 정무수석을 맡았던 조 장관이 이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에선 이날 영장심사에 이용복 특검보(55·18기) 등이 출석해 두 사람의 구속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와대와 문체부 관계자에 대한 조사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두 사람의 혐의가 소명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구속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됐다.
그간 이들은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와 특검 조사에서 관련 혐의에 대해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이 때문에 이들은 위증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고 있다.
한편 조 장관 측은 이날 명단 작성을 김 전 실장이 시켰다고 특검에 자백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부인했다. 조 장관은 문체부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그렇게 진술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어버이연합을 동원해 반세월호 집회를 열도록 하고,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을 전액 삭감하라는 지시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향휘 기자 / 조성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