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울산지역 두 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때 회사 존립까지 걱정했던 (주)카프로는 노사가 협력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한 결과 적자 탈출에 성공했으나 현대중공업은 수주난에 노사갈등까지 겹쳐 위기가 길어지고 있다.
19일 국내에서 유일하게 나일론 섬유 등 원재료인 카프로락탐을 생산하는 카프로 울산공장. 임직원 260여명의 이 업체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 수출 급감으로 1,2,3공장 중 1,2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3공장도 가동률이 급감했으나 올해는 안정적인 흑자 기조를 예상하고 있다.
2014년 7월 문을 닫았던 2공장은 지난해 6월부터 재가동에 들어갔고, 규모가 작은 1공장은 아직 가동을 하지 않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재가동이 가능하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회사를 떠났던 직원들도 속속 복귀하면서 활기가 넘치고 있다.
카프로는 지난해 연말 수년간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로 전환됐다. 올해는 흑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원재료 가격 안정과 자구노력에 따른 원가 절감에 성공하면서 바스프 등 세계 굴지의 화학업체와 상대할 수 있는 가격경쟁력도 갖춰 흑자 행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카프로의 부활은 고강도 원가절감과 성공적인 인력 감축 영향이 컸다. 이 업체는 회사 운영에 최소 비용만 사용하고 남는 자금은 원가 절감을 위한 생산공정 개선에 투입했다. 울산 사택 매각 등 잉여자산도 적극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전 직원의 30%에 달하는 100여명의 인원도 감축했다. 하지만 구조조정에 따른 잡음은 거의 없었다. 카프로는 일방적 구조조정 대신 전 직원을 대상으로 3~4차례에 걸쳐 경영설명회를 열어 희망퇴직에 대한 직원들의 양해를 구했다. 특히 노사는 임금삭감과 상여금을 반납해 명예퇴직금 재원을 마련했다. 노사와 퇴직자 모두 고통분담을 한 것이다.
카프로 관계자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 퇴직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못할 정도였기 때문에 노사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퇴직금 재원을 마련했다”며 “공장 재가동에 따른 필요 인력은 퇴직자를 우선 채용하면서 희생에 보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극심한 수주난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사갈등까지 격화되고 있어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5월 임금과 단체협상 상견례 이후 70여차례에 걸쳐 교섭을 했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16차례에 걸친 전 조합원 파업을 포함해 40여차례나 파업을 했다. 노사간 신뢰가 무너진 가운데 사측의 구조조정과 분사에 반발해 노조가 상급단체로 금속노조에 가입하면서 노사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울산지역 노동계 관계자들은 “현대중공업의 설 명절 전 협상 타결은 극적 반전이 없으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로서는 노사문제가 경영 활동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보지 않지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라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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