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측이 검찰 조사에서 경제정책을 좌우하는 청와대 경제수석 지시라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 출연을 거절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비선 실세' 최순실 씨(61·구속기소), 안종범 전 청와대 전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 대한 2차 공판에서 삼성 미래전략실 김 모 전무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조서에 따르면 김 전무는 "우리는 자금 출연만 했지 재단 설립 목적이나 운영은 크게 관심이 없었다"며 "우리가 주도하거나 자발적으로 설립한 게 아니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청와대로부터 지시받은 돈만 내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제가 아는 게 한류 확산, 문화 융성이라는 취지 정도밖에 없어서 위에 보고할 게 없었다"면서 "경제수석이 지시했고, VIP 관심사항이라는 걸 보고드렸기 때문에 모두 빨리 추진하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와대 경제수석 지시라는 게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김 전무는 "박찬호 전경련 전무가 갑자기 연락 와 일주일이 채 남지 않은 기간까지 재단을 만들어야 한다며 서둘렀다"고 증언했다.
김 전무는 당시 박 전무가 했던 발언을 전하며 "(박 전무는) '경제수석실에서 연락이 왔는데 VIP께서 재단 설립이 왜 이리 더디냐고 나무랐다. 리커창 중국 총리의 방한 기간에 MOU를 맺기로 했는데 마땅한 재단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리커창 총리의 방한에 맞춰 재단 설립을 서둘렀다는 검찰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김 전무는 "만약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얘기했다면 전경련에서 크게 의미 두지 않았을 것"이라며 "경제수석이란 자리가 국가 경제정책을 좌우하는 위치라 기업들로서는 모금 지시를 거부하거나 반대 의견을 내기가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출연금 모금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알 수 없어 돈을 냈다는 취지다.
그는 K스포츠재단에 대해서도 "'문화' 대신 '스포츠'라고 말만 바꾼 거지 설립취지나 사업 내용 등을 확인할 문건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재단 이사진 구성 등은 알려 하지도 않았고, 재단 측에서 알려주지도 않았다는 게 김 전무의 진술이다.
그는 "당시 기금 모금이 아무런 이의나 이견 없이 진행됐다"며 "안 전 수석이 막강한 영향력으로 전경련을 통해 일방적으로 지시한 거라 그 영향력 아래에 있는 기업들은 거절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기업으로서는 각 기업이 갖는 현안을 고려해서 청와대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걸 두려워해 출연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하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박소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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