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이후 법조계와 정치권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미 4·13 국회의원 총선과 관련해 ‘최순실 공천’ 의혹이 제기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7·고등고시 12회)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49·사법연수원 19기) 등과 관련한 국정농단 개입 또는 방치 의혹에 대한 수사는 아직 초기이기 때문이다.
특별수사본부 출범 전부터 “최순실 씨가 4·13 국회의원 총선 당시 공천에 개입했다” “억대 공천헌금이 오갔다”는 의혹은 정치권에 널리 퍼져 있었다. 특히 비례대표와 지역구를 가리지 않고 4~5명의 현역 의원들이 ‘비선실세’에게 억대의 공천헌금을 건넸다는 풍문은 돌았다. 검찰이 최 씨의 진술을 확보하거나 고소·고발이 이뤄질 경우 관련 수사는 정계 개편 수준의 ‘쓰나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18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최 씨의 공천개입 가능성을 거론하며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우리 당에 최 씨가 영향을 미쳐서 들어온 사람들을 전부 찾아내 모두 퇴출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매일경제가 지난 18일 “김 전 실장 소개로 최 씨를 알게 됐다”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검찰 진술을 특종 보도한 뒤 김 전 실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전면에 등장했다. 김 전 실장은 이에 대해 “최 씨를 만나거나 통화한 적도 없다. 비서실장 때도 보고 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당에서조차 “2013년 대통령 여름휴가에 김 전 실장과 최 씨가 동행했다” “김 전 실장이 최 씨를 모른다는 건 거짓말”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검사들은 김 전 실장이 최 씨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한 데 대해 “언론을 통해 김 전 차관에게 보내는 증거인멸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 조사 이후 소환 조사를 받게 된다. 김 전 차관과 대질도 가능하다.
우병우 전 수석의 의혹도 심각하다. 그 역시 최 씨의 국정농단을 방치했거나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친인척과 주변 인물들, 그들의 비리 의혹을 놓쳐서는 안 되는 자리다. 야당은 “몰랐다는 것 자체가 직무유기 범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 전 수석의 장모가 최 씨에게 사위의 인사 청탁을 하고 최 씨의 딸 정유라 씨가 다니는 이화여대에 돈을 기부했다는 의혹도 아직 풀어야 할 과제다.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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