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0)씨의 조카 장시호(37·개명 전 장유진)씨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가운데, 장씨 소유로 알려진 차명 회사들이 폐업을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최씨 일가 친척으로 확대될 것에 대비해 문제가 될 수 있는 차명 회사들을 미리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장씨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장씨가 제주도에 보유 중인 토지를 급매로 내놓는가 하면 은행보유 현찰을 인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거인멸·재산은폐 시도가 이뤄질 수 있어 소재파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장씨가 지인을 통해 차명으로 설립한 ‘더스포츠엠(SPM)’은 지난 3월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2층짜리 단독 주택에서 약 6개월간 운영되다 지난 9월 30일 돌연 폐업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스포츠엠은 스포츠 상품을 판매·기획하는 회사다. 이 회사를 차명으로 관리해온 장씨가 최씨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K스포츠재단에서 각종 사업을 따내 자금을 횡령하는 통로로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더스포츠엠은 K스포츠재단이 진행하는 국제 행사인 ‘2016 국제 가이드러너 콘퍼런스’ 진행 업체로 선정됐다. 행사 진행 비용으로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더스포츠엠은 출범하진 3개월 밖에 안된 신생 회사여서 과거 실적이 전무한데다, 직원도 1~2명에 불과해 국제 행사를 치르기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런 조건에서도 더스포츠엠이 행사 진행 업체로 선정된 배경에는 최씨 조카인 장씨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더스포츠엠이 장씨가 지인 명의로 세운 차명회사라는 정황이 드러난 것도 의문을 더한다. 회사 등기 이사로 기재된 이모(29)씨는 장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 직원으로 근무한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장씨가 자신이 사무총장으로 있는 영재센터 직원을 동원해 더스포츠엠을 설립한 뒤, K스포츠재단의 ‘일감 몰아주기’를 시도했던 것이다.
매일경제가 이씨와 접촉해 ‘더스포츠엠이 장시호의 차명회사 인가’를 물었으나 그는 “장시호를 잘 모른다. 3월 17일에 퇴사한 이후 회사에 출근하지도 않았다. 나도 피해자다.”라고 부인했다.
더스포츠엠은 지난 9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자 얼마 되지 않아 돌연 폐업했다. 삼성동 사무실을 비우고 홈페이지 를 폐쇄하는 등 사업을 정리했다.
더스포츠엠 이외에도 장씨는 지난해 7월 친적으로 추정되는 임모(28씨 명의로 지난해 7월 스포츠광고·기획·마케팅을 하는 ‘누림기획’을 설립했다. 이 회사의 행보도 더스포츠엠과 거의 비슷했다. 설립된 지 3개월여만인 지난해 10월 15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제53회 대한민국 체육상‘ 행사를 진행했다. 여기에도 장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누림기획도 최근 사업을 정리한 상태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장씨를 출국금지하고 최근 제기된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를 시작으로 검찰수사가 최씨 자매 등 일가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태욱 기자 / 정주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