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입학·학사 특혜 논란을 빚고 있는 이화여대에 대해 교육부가 특별감사를 벌인다. 의혹 제기 한 달이 지났지만 소극적 서면조사만 벌이다 정치권 압박에 하루만에 특별감사 착수 발표를 한데 대해 “진작 할 수 있는 걸 눈치만 보다 등떠밀리듯 감사에 나선 것”이란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교육부는 이달 31일부터 이화여대에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10여명의 감사요원을 투입해 정씨를 포함한 이대 체육 특기자 전반에 대한 입시관리 실태, 특기자 출석 및 성적관리상 구조적 부실과 비리 소지 여부 등을 집중 감사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그간 조사에서 정씨 결석 대체 인정 자료가 부실하고, 제출 자료 없이도 성적을 부여한 사례가 확인되는 등 부실 학사 관리 실태가 확인됐다“며 ”다른 체육특기자들도 결석 대체와 성적 부여에 부실하게 운영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감사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번 감사에서 부실 관리 실태가 드러나면 체육특기자 선발이 많은 대학들을 대상으로 정기 조사를 실시하고 제도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교육부 발표에 교육계에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교육부가 그간 미온적 태도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언론과 국회 등에서 관련 의혹을 제기한 것은 지난달 27일과 28일. 일파만파 파장이 커졌지만 교육부는 1주일이 지난 이달 4일에야 이대측에 자료를 요청했다. 이준식 부총리는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조사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감사에 착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하지만 서면조사만 진행할 뿐 대면조사나 현장방문 등은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특별감사 여부 결정 시기도 오락가락했다. 이 부총리는 지난 20일 ”서면조사를 진행 중이며 11월 초에는 감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교육부는 조사시기를 3주로 잡고 감사 착수 판단 시기를 내달 11일로 한 차례 늦췄다. 감사 착수 시기가 아닌 감사에 들어갈 지 여부를 결정하는 시기마저 계속 미룬 것.
교육부는 특정 대학 비위사실 등이 포착되면 언제든 현장조사를 할 수 있고, 이번 의혹은 다양한 채널을 통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이뤄져 특별감사에 돌입할 정황증거가 충분했던 점을 감안하면 교육부 태도는 다소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입장이 급선회한 것은 2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교육부가 이대의 정부 재정지원 사업 싹쓸이 의혹 관련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이대 감사도 회피하고 있다”며 “감사에 신속히 착수해야하며 자료제출 거부시 향후 예산심의에서 예산삭감을 검토할 것”이라고 압박한 것. 그제서야 교육부는 다음날 부랴부랴 이대 특별감사 착수를 발표했다.
교육부의 늑장대처는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청담고 감사와 비교된다. 서울교육청은 정유라씨의 청담고 출결비리와 촌지의혹이 공식 제기된지 하루만인 26일 전격 감사에 착수, 최순실씨의 촌지 제공 시도와 교사에 대한 폭언, 학교측의 일부 부적절 출결관리 실태 등을 확인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하루만에 특별감사 돌입을 결정한 것을 보니 그동안 감사를 일부러 늦추며 시간끌기만 한게 아니냔 의심이 든다”며 “이대가 정유라씨에게 특혜를 준 대가로 교육부가 대학재정지원사업을 통해 이대에 돈을 몰아준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늑장 감사결정은 의혹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서면조사만으로도 의혹을 해소할 것으로 판단했으나 이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감사를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호승 기자 /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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