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6일 최순실씨(60)의 주거지 및 거처 4곳(서울·강원도 홍천)과 차은택 광고 감독(47)의 자택, 미르·K스포츠재단과 전국경제인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두 재단 설립 과정의 불법 여부를 수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씨가 두 재단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번 수사의 쟁점은 재단 설립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 또는 주도 여부를 밝혀내는 것이다.
◆ “수사팀 확대 검토.. 수사 성역없다”
서울중앙지검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의혹 사건 수사팀(팀장 한웅재 부장검사)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최씨 주거지 등 9곳을 압수수색한 것은 두 재단 의혹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시점과 청와대 연설문이 최씨에게 사전 유출됐다는 보도가 나온 시점(24일 밤)이 같다“고 말해 문건 유출과 관련된 직접적인 혐의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갑자기 여러가지 파문이 터져서 수사팀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며 “문건 유출을 전담할 팀을 따로 만들지, 하나의 팀이 수사할지 등 모든 경우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가 재단 설립 개입 의혹 등으로 수사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상황을 보고받는 것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수사팀은 대검찰청에 보고를 할 뿐, 대검이 법무부를 통해 청와대로 보고할지 여부는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중에 참고인 등 수사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전례가 없었던 것 같다. 그에 대해 검토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진상을 파악하고 범죄혐의가 있으면 처벌에는 성역이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최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더블루K 한국 법인 대표를 지낸 조모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재단 설립 누가 지시하고 실행했나
검찰은 최종적으로 두 재단이 최씨와 딸 정유라씨(20)를 위해 세워진 것인지, 재단에 모인 기업들의 돈이 최씨 쪽으로 흘러들어간 것인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최씨는 이미 독일과 한국에 더블루K, 비덱스포츠 등 자신이 소유하거나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개인 회사들을 설립하고 K스포츠재단에서 사업을 따내는 방식으로 기금을 사유화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에 대해선 직권남용과 제3자 뇌물수수, 재단에 기금을 낸 대기업들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 혐의 등이 거론된다. 검찰은 우선 두 재단이 누구의 지시로 설립된 것인지 조사할 계획이다. 최씨의 부탁이 있었는지, 청와대와 전경련 주장대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인지 여부를 밝혀낼 예정이다.
재단 설립을 누가 실행했는지도 쟁점이다. 지난달 29일 한 시민단체가 최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등으로 고발한 이후 검찰 수사는 이 점에 집중돼 있다. 검찰은 재단 실무자와 설립 허가를 내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재단 기금을 모아 허가받고 설립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밝힐 계획이다. 이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애초 재단 설립을 기획·지시한 윗선으로 조사 대상이 확대된다. 따라서 재단 설립 경위에 대한 수사 범위는 전경련을 거쳐 청와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결국 이 모든 의혹은 최씨 모녀와 차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이들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져야 풀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검찰 관계자는 JTBC가 최씨가 청와대 연설문 등을 사전에 받아본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 PC를 입수한 경위에 대해 “최씨가 독일 거주지 쓰레기통에 버리고 간 것을 기자가 주워 한국에 보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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