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 사태로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켰던 평생교육단과대학의 첫 신입생 모집 결과 대부분의 대학에서 미달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학들은 홍보시간이 부족했다는 이유를 미달이 난 원인으로 지목했으나 그간 별다른 홍보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대 사태’가 평생교육단과대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줬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올해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평단사업)‘에 선정된 9개 대학의 홈페이지를 통해 2017학년도 1학기 수시원저 접수 자료를 22일 집계한 결과 9개 대학 중 7개 대학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동국대(0.38대1), 인하대(0.89대 1), 서울과기대 (0.78대 1) 등 수도권 대학은 물론 한밭대(0.70대 1), 부경대 (0.66대 1), 대구대 (0.15대 1), 제주대 0.32대 1 도 지원인원이 모집인원에 크게 못 미쳤다. 명지대(1.35대 1)와 창원대(1.11대1) 두 대학만이 가까스로 미달을 면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9개 대한 1447명 모집에 1106명이 지원해 0.7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총 78개학과 중 52개가 미달했다. 이중 재직자전형으로 28명을 모집한 제주대 실버케어복지학과는 단 한 명의 지원자도 받지 못하기도 했다.
각 대학들은 홍보의 어려움을 미달 사태의 원인으로 자체 분석했다. 학교별로 지난 5월 또는 7월에 교육부 선정결과가 발표되면서 학생들을 상대로 홍보할 시간이 부족했고, 모집대상 학생들이 일반 고교처럼 모여있는 게 아니어서 ’홍보 포인트‘를 잡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마이스터고 등 졸업생들이 고교 졸업 후 바로 진학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특성화고교를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펼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평생교육단과대학은 3년 이상 산업체에서 재직한 특성화고·마이스터고를 졸업생들과 만 30세 이상 성인만이 지원 가능하다.
실제 각 대학들은 이번 수시 모집에 별다른 홍보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국대 관계자는 “7월에 2차로 (교육부 사업에) 선정되면서 홍보 비중을 내년 시행되는 정시에 두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이번이 처음이라 담당 부서에서 감을 못 잡고 있는 것 같다”며 “타 대학들도 정시를 목표로 두고 홍보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대 사태’로 인해 여론이 악화되며 홍보활동을 펼치기 쉽지 않았다는 대학도 있었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한 재직자들의 수요 저하도 이번 미달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이미 직장이 있는 이들이 경력을 중단하면까지 대학에 들어갈 정도로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하는 것”이라 분석했다. 임 대표는 “최근 이화여대 사태에서 나온 평생교육단과대학에 대한 부정적인 메시지가 잠재적 지원자들에게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미달 사태로 인해 평단사업을 주관하며 각 대학에 약 30억원의 예산을 지원한 교육부 역시 체계적인 수요 조사 없이 성급하게 정책을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한편 각 대학들의 수시 모집 미달분은 올해 12월 31일부터 시작되는 정시모집으로 이월된다.
[연규욱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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