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일부 음식점이 왁스와 세제 원료인 기름치를 메로구이로 속여 판 것으로 드러났다.
기름치는 인체가 소화할 수 없는 기름성분이 있어 설사, 복통 등을 유발해 2012년부터 국내 식용 유통이 전면 금지된 어종이다.
부산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는 식품위생법위반 혐의로 정모 씨(52)를 구속하고 정씨로부터 기름치를 납품받아 메로구이로 둔갑시켜 판매한 음식점 대표 김모 씨(59)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정씨는 2012년 3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3년 9개월간 8800만원 상당의 기름치 뱃살 등 부산물 22t을 구이용으로 가공해 국내 7개 도·소매업체와 12개 음식점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한 번에 한 사람이 섭취하는 메로구이가 약 100g인 점으로 미뤄 이 기간에 유통된 기름치는 약 22만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결과 정씨는 기름치 살코기 부위를 스테이크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할 목적으로 국내에 반입해 작업 후 폐기하게 돼 있는 기름치 뱃살 등 부산물을 국내 판매용으로 가공했다.
정씨는 거래장부에 약어를 사용하거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냉동수산물 등으로 표기하는 수법으로 당국의 감시를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대금을 받을 때는 차명계좌를 사용하는 등 의도적으로 범행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음식점 대표 김씨 등은 불법으로 가공된 기름치 부산물을 고가의 메로구이로 속여 손님들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름치는 ㎏당 가격이 3000원 정도지만 메로는 ㎏당 가격이 2만원에 가까워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서였다. 기름치를 구워서 양념을 곁들이면 메로구이와 육안으로 식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경찰이 적발한 도·소매 업체와 음식점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은 부산, 전북, 광주, 전남, 대구, 경기, 강원, 인천 등 전국적이다.
기름치 뱃살 등에는 인체에서 소화되지 않는 기름성분이 많다. 이 성분은 인체의 장에 남아 있다가 섭취 후 30분∼36시간 안에 설사, 복통, 식중독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일부 민감한 사람에게는 어지러움, 구토, 두통 등의 증상도 유발한다.
기름치의 기름성분은 세제와 왁스의 제조원료로 사용된다. 일본은 이미 1970년부터 기름치 수입과 판매를 금지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캘리포니아에서 8건의 식중독 사례가 발생하자 2001년에 수입과 판매금지를 권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소매 업체가 연류된 것으로 보아 기름치를 메로구이로 둔갑시켜 판 음식점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관련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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