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대학 퇴출을 위해 추진 중인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13년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것에 대비해 ‘대학 정원 16만명 감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대로 내버려둘 경우 2023년 대학 입학 정원(56만명)이 고교 졸업생(40만명)보다 16만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학 입학 정원을 정부 주도로 그만큼 줄이기로 한 것이다. 또 부실 대학들이 부실 운영 끝에 파산하고 나중에 한꺼번에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미리 정원 감축과 부실 대학 퇴출에 나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침과 학령인구가 급속히 줄어드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퇴출된 부실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지난 6월에서야 한려대가 올 하반기 자진 폐교 방침을 밝히면서 간신히 첫 부실 대학 퇴출 사례가 나왔을 뿐이다. 교육계에선 이명박 정부 때 자진 폐교 등을 통해 6개 부실 대학이 문을 닫은 것에 비하면 퇴출 속도가 너무 늦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부실 대학 해산을 강제하는 대학구조개혁법이 19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돼 속도가 늦어진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발의된 ‘대학구조개혁촉진법’이 통과되면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2회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은 부실 대학을 퇴출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실한 대학에 정원을 줄일 것을 강요하면서 오히려 부실 대학들이 연명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이어가 ‘좀비 대학’을 양산한 것은 교육부였다. 교육부가 대학 구조 개혁과 재정지원 사업을 별개로 추진하면서 이 같은 기이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년에 필요한 대학은 현재의 56% 수준인 220곳 정도로 추산된다. 앞으로 160곳 이상의 대학이 사라져야 하지만 교육부는 부실 대학을 퇴출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최근 2년간 D등급의 대학에 600억원의 재정 지원을 해왔다.
정부는 지난해 전국 4년제 일반대 163개교를 상대로 대학 구조 개혁 평가를 실시해 A~E등급을 매기고 B등급 이하부터 정원감축을 권고했다. 이때 E등급을 받은 대학은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지만 D등급은 이미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됐다면 당분간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은 일반적으로 3~5년간 이어지므로 이 기간에는 부실 대학으로 지정되더라도 계속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교육부는 D등급을 받은 26개 부실대학 중 14곳에 지난 2년간 평균 86억원을 지급했다. 또 E등급인 대학 가운데 일부는 퇴출시키지 않고 평생교육시설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교육 전문가들은 “부실 대학 일수록 교육부 퇴직 관료를 못 데려가 안달인 현실이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며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과 부실대학 재정지원이 모순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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