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사태가 발생한 후 1년 7개월만에 정명훈 전 시향 감독이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정 전 감독을 상대로 박현정 전 시향 대표와 명예훼손 쌍방 피소사건을 조사했지만 사실관계의 ‘열쇠’를 쥔 정 전 감독의 부인 구모 씨((68·미국 국적)는 여전히 빠져 있어 반쪽짜리 소환으로 첫 조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13일 부인 구씨를 데리고 입국하지 않은 정 전 감독은 14일 오전 예상대로 홀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그는 취재진을 향해 “저는 진실만 밝히겠다”고 밝히며 “도와달라는 요청을 (시향 직원들로부터) 받아 그들을 도와주는 뜻이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정 전 감독이 ‘이런 일’이라고 말한 상황은 2014년 12월 익명의 시향 직원 17명이 ‘인권침해’를 주장하며 박현정 당시 시향 대표가 직원들에게 막말·폭언 등을 일삼았다는 투서가 모두 허위였다는 경찰 조사를 말한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시향 직원들의 폭로성 투서 사건을 전면 조사하면서 17명의 실체가 정 전 감독의 보좌역인 백모 씨 등 ‘10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직원들이 투서에서 주장한 △폭언·막말 △성추행 △인사전횡 등 3대 의혹이 모두 허위이거나 왜곡, 각색됐다고 결론지었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정 전 감독의 부인 구씨가 폭로 사태를 전후해 직원 백 씨와 600여통의 문자 대화를 한 사실이 디지털 포렌직 작업으로 복구됐다는 점이다. 경찰은 구 씨가 주고 받은 문자 내용에서 폭로를 지시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문구들을 확보하고 구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상태다.
그러나 미국 국적자인 구 씨가 경찰 조사에 끝까지 응하지 않으면서 경찰은 지난 3월 시향 직원 10명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구 씨에 대해서는 한국 수사기관에서 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 공소시효를 정지시키는 ‘기소중지’ 조치를 내린 상태다.
이번 정 전 감독의 검찰 소환조사에서도 가장 관심을 모았던 대목은 정 전 감독이 과연 부인을 함께 데리고 와서 경찰 수사발표로 제기된 투서 연루 의혹을 소명할 지 여부였다. 그러나 정 전 감독은 ‘나홀로 입국’을 선택했고 이날 단독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이근수)는 일단 정 전 감독을 상대로 경찰 조사에서 불거진 부인 구 씨의 폭로 연루 의혹에 대한 입장을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프랑스에 체류 중인 부인 구 씨를 상대로 귀국을 종용하는 다각도의 조치를 검토 중이다.
정명훈 전 감독의 법률대리인은 이에 대해 “(정 전 감독의 부인은) 이번 시향 인권침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경찰의 잘못된 수사로 사건의 본질이 엉뚱하게 허위 폭로와 정 전 감독의 사회적 업적을 무너뜨리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향후 검찰 조사에서 구 씨가 자진귀국해 소환에 응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 전 감독 측 대리인은 “개인의 의사를 알 수 없고, 본질은 구 씨가 이 사건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라고 거듭 반박했다.
[이재철 기자 /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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