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전선이 한반도의 허리 부근을 오가며 많은 비를 뿌리는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호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중부지역에 추가로 집중호우가 내릴 예정인데다 1호 태풍이 북상하면서 비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4일 오전 11시부터 5일 오전 11시까지 24시간 동안 경기북부 10개 시·군에는 가평 242.0㎜, 의정부 223.5㎜, 포천 181.0㎜, 파주 173.3㎜, 연천 130.0㎜ 등 그야말로 물폭탄이 쏟아졌다.
여기에 7일까지 추가로 서울과 경기북부 지역에는 80~150mm(많은 곳 250mm 이상), 경기남부· 충청도·경북지역은 50~100mm(많은 곳 150mm 이상)가 내릴 전망이다. 태풍이 북상하고 있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1호 태풍 ‘네파탁’은 5일 오전 9시 현재 괌 서북서쪽 900km 해상에서 북상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아직 진로가 유동적이지만 중국 남동부 해안을 스친 뒤 서해상으로 빠져나와 우리나라에 많은 비구름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네파탁은 매우 강한 중형 태풍으로 발달해 한반도에 수증기를 끌어들여 강한 비를 뿌릴 것으로 예보됐다.
이번 호우로 피해사례도 많았다. 4일부터 5일 오후 2시까지 최대 182mm(도봉)의 비가 쏟아진 서울에서는 이날 오전 8시 종로구 청운공원 위 6m 높이의 성곽 축대가 붕괴되면서 인왕산에서 북악산길 1차로 통제되고 있다. 중구 남산동에서도 주택 축대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서구 방화동에서는 정전으로 인해 아파트 2000가구가 불편을 겪었지만 복구가 완료된 상태라고 서울시는 전했다.
국민안전처는 이번 비로 인해 5일 오후 5시 현재 청계천과 잠수교, 동부간선도로 양방향이 통제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북한 지역에도 많은 비가 내리면서 북한 황강댐의 방류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황강댐 보다 하류에 있는 연천군 군남댐 수위는 오후 1시 기준 26.82m까지 상승해 현재 주민과 행락객들에 대한 경보방송 및 대피 유도가 진행중이다. 당국은 아직 북한이 황강댐 물을 방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도에서는 4명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는 사고도 일어났다. 이날 오전 3시께 강원도 정선군 남면 광덕리에서는 60~70대 노인 4명이 탄 승용차가 하천 아래로 추락해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사고 차량은 500여m 하류 지점에서 발견됐지만 실종자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이들은 마을 경로당에서 민요 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진에서는 석회석 광산 인근 주민 180명이 위험에 대비해 미리 대피했다. 4일 오후에 94mm나 되는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석회석광산의 특성상 지반 함몰이나 산사태 등의 위험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홍구 기자 / 최희석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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