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94)과 차남인 신동빈 회장(61)이 매년 계열사들로부터 모두 300억 원 이상을 건네받아 사용한 데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그룹 정책본부를 중심으로 대주주 일가가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일 대대적인 압수수색 이후 불과 4일 만에 검찰이 그룹총수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대형 대기업 비리 수사에선 이례적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는 그룹 정책본부가 조직적으로 계열사들을 동원해 신 총괄회장 부자의 비자금 조성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신 회장의 재산관리를 맡고 있는 정책본부 소속의 회계담당 임직원 4명을 소환 조사했다고 13일 밝혔다. 전날 이모 전무 등 3명의 정책본부 회계담당자 3명을 조사한 데 이어 이틀 동안 정책본부 소속 회계담당 직원만 7명을 소환조사한 것이다. 이 전무는 신 회장을 보좌하다가 지난해 8월 신 총괄회장의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신 총괄회장은 매년 100억원 이상을, 신 회장은 매년 200억원 가까운 돈을 계열사로부터 받아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비서진(정책본부 회계담당자) 조사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비서진은 문제의 돈에 대해 ‘급여와 배당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비자금인지 확인하기 위해 압수한 회계자료와 비교·대조해서 자금의 성격을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회계담당자들을 상대로, 계열사들로부터 조성된 비자금이 그룹 정책본부로 흘러들어가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관련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롯데그룹 수사의 기본적인 수사 방향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검찰은 △그룹 정책본부가 계열사들을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대주주 일가에게 보내 사용했는지 여부(횡령) △계열사 간 자산거래 등에서 벌어진 배임 의혹 △대주주 일가가 지배하는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 의혹(배임) △대주주 일가 부동산 거래로 인해 롯데쇼핑 등 계열사에 손해를 끼쳤는지 여부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롯데홈쇼핑의 중국 ‘럭키파이’사 인수 등 해외 거래와 관련한 의혹도 수사 중이며 2008년부터 3개 롯데 계열사 법인세 신고 내역 등 세무자료를 확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 개인 비밀금고에 보관돼 있던 금전출납부와 통장, 현금 30억여 원 등을 압수했다. 금전출납부와 현금 등은 신 총괄회장의 비서인 이모 전무가 따로 보관하고 있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전지성 기자 /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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