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의 하나인 ACT(American College Testing) 한국 시험이 사전 문제유출 정황으로 시험 시작 직전 돌연 취소됐다.
ACT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ACT사는 11일 아침 한국과 홍콩에서 진행되는 시험에 등록한 학생들에게 “한국과 홍콩의 모든 시험장에서의 시험 일정을 취소한다”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ACT 측은 취소 사유로 “이 지역들의 시험이 사전에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들을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ACT 시험은 서울과 부산 등지의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시험이 시작하기 몇 시간 전에 돌연 취소되자 이를 모르고 시험장에 도착한 수험생들은 뒤늦게 공고를 보고 발길을 돌리는 등 혼선을 빚었다.
더군다나 미국대학에 조기 지원하려는 학생들은 9월 시험이 사실상 점수를 딸 마지막 기회여서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이후의 시험은 시험 성적이 대학에 제때 도착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SAT(Scholastic Aptitude Test) 시험이 문제유출 정황으로 시험이 취소된 적이 있었지만 ACT 시험이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들은 SAT가 최근 새로운 방식으로 바뀐데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잦은 문제유출 의혹과 시험 취소 등 전례가 있어서 ACT를 많이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험에 응시한 약 5500명의 수험생들은 응시료를 전액 환불받게 된다. 일부 학부모들은 SAT에 이어 ACT마저 유출 의혹으로 시험이 취소되자 자녀들이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 시험을 보는 것이 나을지 걱정하기도 했다.
ACT의 대변인 에드워드 콜비는 이메일에서 “시험의 공정성과 무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누군가 시험 자료를 훔쳐서 팔아 이익을 얻으려고 한다면 수천 명의 무고한 학생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밝혔다. ACT 측은 현재 시험이 언제 , 어떻게 미리 유출됐는지 조사 중이다.
하지만 강남 학원가에는 며칠 전부터 ACT 시험의 고유번호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파다하게 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CT는 문제은행 형식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해당 일자 시험의 고유번호를 알면 어떤 형식의 문제가 나올지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SAT 문제유출 의혹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지난 2013년 검찰은 SAT 기출문제를 불법 유통한 전문 브로커와 유출된 문제로 강의를 한 서울 강남 등지의 어학원 운영자, 강사들을 무더기로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지난달에도 SAT 기출문제 수년 치가 통째로 유출돼 강남 유명 학원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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