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된 20대 여성을 추모하고 있는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지난 19일 작은 헤프닝이 발생했습니다.
한 극우성향 커뮤니티사이트가 '남자라서 죽은 천안함 용사를 잊지말라'는 문구를 달아 조화를 보내 논란이 됐습니다. 해당 문구가 담긴 리본은 누군가에 의해 곧바로 떼어졌습니다.
다른 조화 10여개와 나란히 맨 끝에 세워진 이 조화에는 추모를 조롱하지 말라는 비판 쪽지가 함께 붙어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20일 강남역 10번 출구의 추모 쪽지 열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쪽지에는 10번 출구 벽을 빼곡히 채우고, 벽면을 넘겨 강남대로와 인도 사이에 세워진 펜스에도 '다닥다닥' 붙어있었습니다. 벽면 아래는 흰 국화가 제법 높이 쌓였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여성혐오 범죄를 비판하는 내용과 더불어 '살아남았다'는 문구와 함께 여성이라서 범죄의 표적이 되는 현실을 꼬집는 메시지가 특히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오늘은 운이 좋아 살아남았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목숨을 부지하기 두렵다' '살아남아 죄송합니다', '당신은 태어났기 때문에 이유없이 받는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이 있나요', '다음 타깃은 저겠죠, 여자니까요' 등의 문구였습니다.
강력범죄 피해자의 80%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여자라서 죽었다", "우리는 모두 우연히 살아남은 여성들" 등의 내용이 담긴 쪽지들도 상당수 붙었습니다.
근처에 스터디를 가다 들렀다는 대학생 김현영(21·여)씨는 "여성들이 약하다는 이유로 범죄 표적이 되는 현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해줬다"면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대학생 박모(24·여)씨는 "일각에서 여성 혐오 범죄인지, 정신분열증 환자의 범행인지 갑론을박이 있다"면서 "그것보다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가 공론화됐다는 점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강남역 10번출구' 주최로 전날 이곳에서 촛불 추모제가 열린데 이어 21일에도 추모제가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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