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부장 A(41·여)씨는 최근 건강검진을 받았다. 아직 젊어서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건강검진 결과 혈압이 정상보다 높게 나왔다. 보건소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소개받았는데 평일 근무시간 중이라 이용하기 어려웠다. 건강검진 결과에 충격을 받고 스스로 건강관리를 해 보려고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 밴드를 착용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무덤덤해졌다. 누가 옆에서 계속 코치하고 관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가 스마트기기와 모바일 앱을 활용해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건강생활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모바일 헬스케어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오는 9월부터 보건소에서 건강에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IT와 검진결과를 활용해 맞춤형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다. 6월 선정될 전국 10개 보건소에서 건강위험요인이 있는 1000명을 대상으로 내년 2월까지 시범 사업이 실시된다. 이 사업에는 14억 2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건강검진 대상자 중 환자가 아니더라도 만성질환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상이다. 혈압(수축기 130 mmHg/이완기 85 mmHg 이상), 공복혈당(100 mg/dL 이상), 허리둘레(남 90 cm 이상, 여 85 cm 이상), 중성지방 150 mg/dL 이상, HDL-콜레스테롤 남 40 mg/dL 미만, 여 50 mg/dL 미만에 해당되는 사람이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건강위험 요인수가 많거나, 건강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희망의사를 확인한 후 선정할 예정이다.
대상자에게는 활동량계와 체성분계 등이 지급되고 혈압 및 당뇨 위험요인이 있을 경우에는 혈압계와 혈당계도 지급된다. 보건소를 방문해 건강상태·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전문 상담을 받은 후, 필요한 스마트기기를 무료로 지급받고 모바일 앱 사용 방법에 대해서 교육을 받는다. 보건소에서는 의사, 간호사, 영양사 신체활동 전문인력 등이 포함된 모바일 헬스케어 전담팀을 운영하게 된다. 대상자는 맞춤형 건강관리계획에 따라 일상생활 속에서 건강생활을 실천하도록 코치를 받는다. 건강수치, 건강생활 실천 여부 등에 관한 사항이 자동으로 측정 전송된다. 생활습관 개선을 위해 건강상태·운동·영양 등의 과제를 받게되고 영역별 전문상담을 모바일 앱으로 받게 된다. 6개월이 지난 후, 보건소를 방문해 건강상태나 나쁜 생활습관 개선 여부를 통해 건강위험요인을 관리하고 확인할 수도 있다. 강재헌 인제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다수 국민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상황에서 모바일을 통한 지속적인 건강관리는 만성질환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스마트기기로부터 신체정보를 수집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 개인 정보 식별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혈압, 혈당 등 의료정보를 단순히 전송, 저장하는 IT 기기는 품목등급을 국제기준에 맞춰 재분류해 허가 심사 기간을 단축한다. 위해도가 낮은 IT 기반 의료기기는 지금까지 2등급으로 분류해 심사에 25일이 소요됐지만 앞으로 등록만하면 바로 판매가 가능한 1등급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예방 차원이 아닌 치료 차원에서도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일본 후생성 통지(고시)가 개정돼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제한을 풀었다. 지난 4월에는 일본 기업 ‘MRT’는 원격의료 기술 업체인 ‘옵팀(OPTiM)’과 합작해 ‘포켓 닥터’를 런칭했다. 포켓 닥터는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원격의료 서비스다. 원격 진료 때 의사는 의료 기관에 소속할 의무가 없고 육아 등의 이유로 휴직 중인 의사나 남는 시간을 활용하려는 의사도 원격으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 포켓닥터는 현재 1340개(일본 의료 시설의 1%)인 참여 의료기관을 2019년 3월까지 1만개(일본 의료 시설의 10%)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환자 정보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저장한 후, 자동으로 분석해 질환을 조기 발견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환자와 의사간의 원격의료는 아직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복지부는 산간·도서지역이나 군부대에서의 시범사업이나 병원간 병원 간의 의료 행위만 원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사업 역시 원격의료와는 무관하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건소에서 이미 건강관리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상자를 대상으로 하고 보건소 방문이 힘든 직장인들을 위한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현재 민간사업자들도 이같은 서비스를 할 수 있지만 환자나 의료기관에 대한 정의가 모호한 부분이 있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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