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5000원짜리 전통 부채를 한 150개, 200개 정도까지 판 적이 있어요. 거짓말 같죠? 관람객들이 저기 문밖까지 일렬로 서서 같이 노래 부르면서 사갔다니까요.”
‘장사꾼’ 캐릭터로 일하는 신동혁 씨(27)는 한국민속촌에서 실제로 매일 물건을 판매한다. 그는 부채를 팔아 일일 최대 매출액 80만원을 찍은 적이 있다고 자랑했다. 역할에 맞는 상황극을 벌이고 노래를 부르면서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덕분이다.
신동혁씨 말고도, ‘꽃거지’로 유명한 김정원(28)씨, ‘나쁜 사또’ 김탁(32)씨, ‘죄인’ 윤태영(23)씨 등도 캐릭터 연기자로 유명하다. 이들 말고도 20명이 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봄철 성수기를 맞아 관람객들과 호흡하고 있다.
캐릭터 연기자들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다. 민속촌이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올린 콘텐츠의 조회수는 각각 수만 건에 달한다. 알바생들을 보러 찾아오는 ‘팬덤’도 생겼다. 인기투표를 하러 떠난 일본에서도 이들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민속촌은 지난 2013년부터 알바생을 뽑아 구석구석에 배치했다. 이들은 조선시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을 연기하면서 관람객들과 상황극을 연출한다. 길게는 3~4년씩 같은 캐릭터를 운영하면서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이름을 알린 연기자들도 있다.
캐릭터 연기자들이 볼거리로 자리매김하면서 지난해 민속촌을 찾은 관람객은 전년 대비 16% 늘어난 약 150만명을 기록했다. 민속촌은 올해도 10%대 성장을 바라보고 있다. 1년내 재방문율은 52.2%로 관람객 2명 중 1명은 민속촌에 또 놀러오는 셈이다.
김은정 마케팅 팀장은 “처음에는 ‘살아있는 조선’을 만들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뽑았다”며 “민속촌이 ‘관람 중심 테마파크’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젊은 방문객들이 연기자들과 함께 전통 문화를 향유하면서 ‘체험 테마파크’로 발돋움했다는 분석이다.
‘죄인’ 윤태영 씨도 “전통이라는 게 무겁지 않고 재밌을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다”면서 “조선시대에 저희 같은 사또와 죄인, 거지와 장사꾼이 있었다는 걸 사람들이 보고 웃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웃고 떠드는 모습만 공개된 탓에 캐릭터 연기자들은 ‘꿀알바’로 유명하다. ‘꽃거지’는 길에서 낮잠을 자고 관람객들에게 받은 돈으로 음료수도 사먹는다. 그러나 실상은 날씨에 영향을 받는 고된 직업이다.
‘나쁜 사또’ 김탁 씨는 “야외에서 일하다보니 추울 때는 추운 곳에서, 더울 때는 더운 곳에서 일해야 한다”며 “가끔은 짓궂은 관람객들 때문에 당황할 때가 있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꽃거지’ 김정원씨도 “거지 캐릭터이다보니 어린 친구들마저 막대할 때가 있다”며 “가끔은 발로 차거나 돌을 던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때로는 막걸리를 한 잔 걸치신 어른들이 “그렇게 살지 말라”며 훈수를 두기도 했다.
그래도 이들을 힘나게 하는 건 관객들의 호응이다. 김정원 씨는 “조용하고 잔잔하기만 했던 민속촌을 우리가 즐겁고 활기차게 만들었다는 뿌듯함이 있다”며 “즐거운 눈으로 바라보고 응원해줄 때마다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용인 =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 홍두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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