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대구 성서구의 한 분식집에 갑자스레 흰색 승용차 한대가 돌진했다.
점포 전면 통유리를 산산조각 내고 매장 안까지 들어온 차량엔 분식집 주인 A씨(40·여)의 전 남자친구 김 모씨(48)가 타고 있었다. 김씨는 미리 준비한 쇠망치를 들고 차에서 내려 A씨에게 뛰어들려 했다. 그 순간 매장에 있던 A씨의 어머니 B씨(64·여)가 황급히 달려들어 그를 붙잡았다. 자칫하면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던 긴급한 순간이었다.
수년간 연인으로 지냈던 이들의 관계는 석 달 전 A씨가 이별을 통보하면서 끝났다. 하지만 이별을 인정하지 못한 김씨는 수시로 찾아와 A씨를 괴롭혔고, 급기야 술을 마신 채 차를 타고 가게로 돌진하는 사태까지 벌였다. 현장에서 곧바로 경찰에게 검거된 A씨는 현재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6일 경찰청은 지난달 3일부터 이달 2일까지 데이트 폭력(연인 간 폭력)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 결과 전국에서 이같은 총 1279건의 신고를 접수해 가해자 868명을 입건하고 61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가해자의 연령대는 20∼30대가 58.3%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40∼50대도 35.6%나 있었다. 전체 가해자 가운데 전과자는 58.9%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과 9범 이상도 11.9%에 달했다.
피해자는 여성(92%)이 대부분이지만 남성(4.1%)도 일부 있었다. 피해 유형별로는 폭행·상해(61.9%)가 많았으며 감금·협박(17.4%), 성폭력(5.4%) 등의 순이었다. 살인 및 살인미수 사건도 각각 1건씩 발생했다.
경찰은 데이트 폭력 피해자 상당수가 상대적 약자인 여성이며, 재범률도 높지만 피해자들이 개인 사이의 문제로 여기며 신고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모든 유형의 데이트 폭력 범죄에 대한 신고를 독려하는 한편, 전국 경찰서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건을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TF는 앞으로도 계속 운영할 계획이며, 사건 종결 후 피해자들이 추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기적인 모니터링에 나설 방침이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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