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 등 고령화 추세에 맞춰 기업들의 고용 부담은 늘고 있지만 정작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위한 노동개혁 입법이 늦어지면서 기업들의 신규채용이 앞으로 ‘빙하기’를 맞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올 1월 청년실업률은 9.5%를 기록하며 1월 기준으로는 16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에 2월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입법이 지연되면 그 기간만큼만 청년고용 어려움이 연기될 것이란 생각은 어불성설”이라며 “현재의 잘못된 고용구조가 고착화되고 격차가 더 확대돼 청년고용에 미치는 악영향이 몇 배로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근로기준법·산재보험법·고용보험법·파견법 등 노동 4법이 안건으로 채택되지도 못하자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그는 “이번 임시국회는 노동개혁 입법을 통과시켜 청년들에게 일자리 희망을 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일부 노동계의 낡은 운동논리에 매몰돼 19대 국회가 힘없는 근로계층을 외면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국회 입법을 촉구하며 매일경제가 진행한 노동개혁 법안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그는 “설문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3분의 2가 파견법 개정에 찬성하고 있고, 60세 이상은 76.5%, 고졸 이하는 74.8%, 199만원 이하 저소득층은 81.8%가 찬성하고 있다”며 “노동개혁은 더 어려운 계층을 위한 것임을 입증해 주는 결과”라고 밝혔다.
노동개혁 논의의 공전과 함께 정부가 내놓은 청년대책들도 국회에서 발목을 잡혀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국회가 법안 논의를 하지 않으면서 핵심 정책들이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 청년 의무고용비율이 대표적이다. 현재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들은 직원의 3%를 의무적으로 청년으로 고용해야 한다. 관련법이 2016년말 일몰을 앞두고 있어 정부는 이를 2018년까지 연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선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기 위한 중소기업 재직자 주택특별공급도 국회 문턱 앞에서 하염없이 대기중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재직자 특별공급의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는 아직 상정되지 않았다.
이밖에 각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일자리 사업 신설·변경 때 타당성과 기존 제도와의 관계, 운영방안 등을 사전 협의하도록 하는 ‘일자리 사업 사전협의제’도 여야간 정쟁이 지속되면서 개정안 제출이 늦춰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중인 9·15 노사정대타협의 추진상황 또한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공개한 노사정대타협의 104개 세부추진과제에 대한 추진상황에 대한 중간 평가 결과 총 104개 세부과제 중 현재 정상추진된 것은 절반에 못미치는 49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청년채용 지원확대, 청년신규채용 확대 등을 ‘정상추진’ 과제로 분류했으나 어려운 경제여건 등으로 현장의 청년 일자리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동개혁 입법의 국회 처리 지연, 노동계의 노사정위 불참 등으로 노사 협력과제 상당부부분이 부분이행 되거나 추가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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