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A시는 2011년 한 기업이 숙박시설 건축허가 신청서를 제출하자 ‘주거환경 저해’를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기업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2014년 1월 건축허가 거부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재판부는 해당 지역에 숙박시설 허가를 제한하는 법령이 없고 거주환경을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시는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주민반대를 이유로 끝내 허가를 내주지 않았고, 해당 기업은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법령을 위반한 ‘갑질’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2015년 4분기 공직감찰 결과에 따르면 인사이동을 이유로 민원서류를 방치하는 등 인·허가 처리 지연시키기, 법령을 위반한 과도한 자격제한으로 입찰참여 기회 박탈하기,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법령에 근거 없는 각종 부담 지우기 등 위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도의 B군에서는 토석채취 허가를 신청한 지 471일 만에야 허가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12년 1월에 제기된 해당 신청에 대해 담당공무원이 이를 방치하다 인사이동 등의 사유로 법정 처리기한인 30일을 무려 441일 초과해 14년 5월에야 허가를 내줬다.
행정자치부는 이번에 적발된 사례 68건으로 인해 모두 106명의 공무원에 대해 각 지자체에 징계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징계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실제 행자부의 징계요구 현황을 보면 파면·해임·정직 등의 중징계는 고작 2명에 불과하고 감봉·견책을 의미하는 경징계도 21명 뿐이다. 나머지 83명에 대해서는 주의조치만을 요구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고의성이 있는 경우 강하게 징계해야 하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 고의성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또 이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균성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사 사례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가 있는 경우 공무원의 고의·과실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에 기간 지연이나 위법한 거부처분 때문에 기업들이 입게 된 피해에 대해서는 국가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희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