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사진을 찍고 졸업앨범을 받아간 동기들이 절반 정도인 것 같습니다.”(박진한씨·25·S대 전자공학과)
“예전에는 대학당 졸업식 하루에 70개 정도 꽃다발을 팔았다면 요즘은 50개를 겨우 팝니다. 졸업식에 오는 사람도 줄고 경기가 어려우니 졸업식날 씀씀이도 줄어든거죠.”(꽃다발 판매상 서청연씨·74)
불경기와 취업난으로 졸업시즌을 맞은 대학가에 ‘신(新) 3저현상’이 뚜렷하다. 졸업식에 참여하는 학생이 줄고 졸업앨범을 보관하려는 학생도 예전만 못하다. 불티나게 팔렸던 축하 꽃다발 판매량도 확 줄었다.
17일 졸업식이 열린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선 좌석 곳곳이 빈자리로 남아 참석자들을 아쉽게 했다. 행사에 참석한 경제학과 이진영씨는 “오늘 졸업하는 동기들 10명 중 6명이 안 나왔다”며 “취업도 안 되고 막막한 상황에서 한가하게 졸업장 타러 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학부모 이경숙씨(57·여)는 “우리 애가 사회로 나가는 기쁜 날이라 왔는데 행사장에 빈 자리들을 보니 씁쓸했다”며 “각자 이유가 있어서 불참하겠지만 빠진 사람 없이 꽉 차던 예전 졸업식 생각하면 ‘나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서강대 졸업식에 참석한 경제학과 박주연씨(27) 역시 “180여명의 학과 졸업생 중에 30~50%정도가 공인회계사 자격증이나 행정고시 등 각종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각종 시험이 이달말과 내달초에 집중돼 학생들이 졸업식에 많이 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4년제 사립대학 관계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대학 졸업식에 오는 학생이 줄어들고 있다”며 “취업난으로 8학기만에 졸업하는 학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취업 여부에 따라 졸업식 참석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젊은 날의 초상으로 소중히 간직하던 졸업앨범도 더이상 필수가 아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갈수록 졸업앨범을 신청하는 학생이 줄고있다”며 “요즘 학생들은 비싼 졸업 앨범을 사느니 친구들과 디지털 카메라로 추억을 남기는 편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졸업식 특수를 누렸던 축하 꽃다발 판매 역시 예전 같지 않다. 졸업식에 참석하는 축하객 숫자가 확 줄어든 것이 요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 가정에 대학생 1명이 졸업하면 부모와 전국에서 모인 조부모와 일가 친척, 친구까지 총출동해 보통 5~10명 정도가 오곤 했는데 요즘은 부모 등 직계가족 중심으로 1~2명, 그마저도 안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졸업생도 학령인구 감소로 점점 줄고 있고 축하하러 오는 사람도 적어 예전처럼 북적거리는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봉진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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