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성관계로 지카 바이러스가 2차 감염된 사례가 나왔다. 지카 바이러스는 신생아의 소두증(小頭症) 발생과 연관있는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고 있다. 그간 미국에서도 감염 사례는 보고됐지만 역내가 아닌 바이러스 유행 지역을 다녀와 현지로부터 유입된 경우였다. 당초 지카 바이러스는 주로 모기에 의해 전파되고 성관계로도 감염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직접적인 확인 사례가 나타나면서 2차 감염에 대한 공포도 차츰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카운티 보건국은 지카 바이러스 확산인 베네수엘라를 최근 다녀온 사람과 성관계한 한 주민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은 “미국 내에서 대인간 접촉으로 발생한 첫 감염사례이며 성 접촉이 감염경로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예전에도 성관계를 통한 지카 바이러스의 전염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남태평양의 섬 타히티에 사는 한 남성의 정액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했고, 2008년엔 지카 바이러스 창궐 지역을 다녀온 미국 콜로라도 주의 한 연구가가 부인에게 성관계로 지카 바이러스를 전파했다는 의료 기록이 있다.
그러나 당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는 해당 사례들에 대해 “성접촉이 경로라는 좀 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라며 성접촉을 감염경로로 확정하지는 않았다.
벤더빌트 대학의 예방학 전공자인 윌리엄 쉐프너 교수는 “모기에 의한 지카 감염빈도에 비할 바는 못돼지만 일반인의 예방문제와 관련해 새 이슈를 일으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보건 당국은 성 접촉으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사례가 확인됨에 따라 예방을 위해 성관계 시 콘돔 등 피임기구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호주에선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보건부도 카리브해 여행을 마치고 시드니로 돌아온 2명이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인됐다고 이날 밝혔다. 특히 시드니 국제공항에선 이집트 숲모기가 발견되면서 호주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3개월간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3649명에 달하는 남미국가인 온두라스는 국가비상상태를 선포하고 모기박멸전에 나섰다. 인근 국가인 칠레에서도 콜롬비아 여행을 다녀온 한 남성이 감염 확진됐고 니카라과에서는 2명의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카 바이러스 ‘펜데믹’(Pendemic·대유행) 가능성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국제제약업계와 국제연합(UN) 등의 백신개발 및 이집트 모기 박멸전도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백신업체인 사노피 파스퇴르는 백신연구 및 개발에 착수했다고 2일 발표했다. 지카바이러스는 현재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사노피는 지카 바이러스와 유사한 뎅기열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회사다.
그러나 백신개발 등에 필요한 기존 연구 등이 부족해 실용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에볼라에 대한 연구는 4000건에 이르는 반면, 지카 관련 논문은 겨우 108건”이라며 “연구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UN은 소위 ‘불임충 방사법’(Sterile Insect Technology)을 적용해 감염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브라질 지역의 모기퇴치전에 나설 태세다. UN산하 오스트리아 비엔나 소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오는 16일 브라질 정부관계자들과 만나 이런 방안을 논의한다. 불임충 방사법은 X레이나 감마레이에 수컷 모기를 노출시켜 불임으로 만드는 데 방사된 불임충 수컷과 교미한 암컷은 부화되지 않는 알을 낳는다. 이런 불임충을 대량으로 연속해서 방사함으로써 야생모기의 자손을 감소시켜 근절하는 방법으로 해충퇴치에 이미 적용되고 있다.
현재 브라질 당국은 일반 모기(common mosquito)가 지카 바이러스 질병을 옮길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이집트 숲모기가 지카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매개체로 알려져 있지만 과학자들은 브라질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모기(Culex) 종도 지카바이러스 감염경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콘스타니카 아이레스 오스왈도 크루즈 재단 연구협력관은 “일반 모기(Culex)가 지카와 가까운 다른 바이러스 종을 전파하는 사례가 나타났다”면서 “(이것이)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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