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극적인 합의를 이뤄냈던 9·15 노사정 대타협의 파기 수순을 밟는 가운데 한국노총이 받아간 정부의 각종 지원예산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 논의에 참여하는 등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지난해만도 30억원이 넘는 정부 예산을 타냈다. 이 가운데는 한국노총 본부 건물의 리모델링 비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노사정위 탈퇴는 물론 노사정대타협까지 파기하면 한국노총에 지원된 정부 예산 또한 명분을 잃게 돼 논란이 예상된다.
10일 정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정부는 ‘합리적 노사관계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조합에 해마다 30억원 가량을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노총에 지원되는 예산이다. 한국노총은 매년 20억원 가량의 예산을 받고 있고, 지난해 지원금은 32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올해는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본부 건물의 리모델링 비용도 예산에 포함됐다. 지난해 예산에는 3억원이 반영됐고, 올해는 14억원이 배정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 가운데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이 있고, 노동개혁 5대 입법 등 정부의 역점사업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노총의 역할에 대한 일종의 ‘기대감’이 반영된 예산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정부가 한국노총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노동계를 대표해 노사정위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논의에 참여해 노사관계를 비롯한 국가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노사정위에서 발을 뺀다면 지원금의 명분은 사라진다. 2014년 기준 한국노총의 전체 조합원수는 약 84만명으로 국내 전체 노조원(190만여명)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국내 노조조직률이 10.3%인 점을 감안하면 한노총은 전체 근로자의 5%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노총 건물들은 사실상 정부가 지어준 건물들”이라며 “최근에는 노동단체에 대한 시설 건립 지원은 취지에 맞지 않아 정부 예산안 편성때도 반영하지 않았으나 국회 논의과정에서 여야 합의로 증액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은 노사정위 탈퇴를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가깝게는 2013년에도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며 노사정위를 탈퇴했다. 하지만 앞에서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뒤에서는 정부에 예산을 요구하는 행태가 이어져왔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앞에서는 강경한 태도로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다가도 뒤에서는 예산을 타낼 수 있도록 연구용역을 맡겨달라는 요구가 적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노총의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는 노사정 대타협의 파기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지난해 4월에도 근로계약해지·취업규칙 변경 등 2대 지침이 노사정 대화 결렬의 주 원인이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며 “2대 지침을 놓고 노동계와 정부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파국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추후 노동개혁의 ‘향방’은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선거구 획정을 위한 임시국회가 열릴 때 노동개혁 5대 법안을 비롯한 쟁점법안 처리도 함께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탈퇴 등 노동계 반발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야당이 5대 법안의 입법 합의에 응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2대 지침’ 또한 첨예한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2대 지침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것을 한국노총에 지속적으로 제안했지만, 한국노총은 이를 묵살해왔다.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새해가 밝은 상황에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 정부측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두 차례의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해 2대 지침과 관련한 정부의 기초안을 공개했다. 지난 8일에도 비공개로 전문가 간담회를 열어 변호사·노무사 등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청취했다. 정부 관계자는 “2대 지침 마련을 중단할 수는 없다. 법·판례의 범위 내에서 마련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동철 기자 / 최승진 기자 /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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