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천경자 화백 유족이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해 국립현대미술관을 압박하고 나섰다.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몽고메리대 미술과 교수와 사위인 문범강 조지타운대 미술과 교수의 법률대리인인 배금자 변호사는 7일 “미인도가 위작이었음을 국립현대미술관이 시인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수사를 의뢰하고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미인도’ 위작 사건은 천경자 화백이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미인도’를 자신의 작품이 아닌 위작이라고 주장했으나 미술관 측이 진품이라고 주장하면서 미술계 스캔들이다.
유족 측은 “속속 밝혀지는 증거에 의해 소위 ‘감정’, 이른바 ‘과학적 수사’ 결과라는 것이 미술관측과 화랑협회가 허위 및 조작된 정보를 유포한 것이고 그럼에도 현재까지 잘못된 입장을 고수하면서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을 지속하고, 저작권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준비를 마친 상태”라며 “진실을 뒷받침할 여러 건의 동영상을 비롯한 증거자료가 확보돼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구체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미인도가 위작이었음을 시인하고 “부당한 방법을 동원해 진품으로 만들려 했던 과오와 그로 인해 고인과 유족에게 끼친 심적 고통에 대해 진지하게 사과”해야 하고 “향후 천 화백의 작품임을 명기하지 않고 오기된 자료는 폐기 및 삭제”할 것을 제시했다. 또한 “사과문을 언론에 공표하고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향후 3년간 게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21일까지 응답이 없을 경우 국립현대미술관이 위작을 진품이라고 오도하고 그 위작에 작가의 이름을 무단 사용한데 대한 ‘사자명예훼손죄’와 저작권 위반에 대해 즉각 수사를 의뢰하며 불법행위로 인해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및 위작의 포스터를 제작해 취한 부당이득 반환청구 등 제반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 화백의 장녀와 장남은 미인도 사건과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14일 새 외국인 관장을 맞이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측도 “아직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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