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국내 1위 태양광업체 넥솔론은 지난해 8월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은행과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당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회생절차 신청을 철회하지 않으면 관계사에 대한 차입금을 회수하겠다”며 넥솔론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관계사는 넥솔론 이우정 대표의 부친인 이수영 회장이 경영하는 종합화학회사로, 넥솔론과 대주주가 같다. 산은 관계자는 “넥솔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산은을 포함한 채권단에게 회사 상황과 법정관리의 불가피성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하고 협의를 하지 않아서 초기에 불협화음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넥솔론을 둘러싼 당시 소동은 법정관리에 대한 금융기관의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법정관리 전문가인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순간 기업 여신은 부실채권이 돼 버리기 때문에 법정관리를 막으려는 은행 등 채권단 입장도 이해할만 하다”고 말했다. 사실 채권단 뿐만이 아니다. 한계기업들 스스로도 신규 수주나 보증서 발급상의 불이익 등의 걸림돌 때문에 법정관리를 꺼려한다. 국세청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부진으로 폐업한 법인 2만1233곳 가운데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법인은 873곳에 불과했다. 경영난으로 망한 기업 중 96%는 법정관리 절차를 밟아보지도 못하고 공중분해된 것이다.
그러나 법정관리를 기업의 무덤으로 여기는 세간의 부정적인 인식과 달리 법정관리를 택하는 기업과 ‘기사회생’에 성공하는 기업 수는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3일 대법원에 따르면, 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은 2007년 116개에서 지난해 873개로 지난 7년 간 7배 넘게 늘었다. 회생절차를 무사히 마치고 부활에 성공한 기업 수도 2011년 66개에서 지난해 165개로 증가했다. 약 20%가 재기에 성공하는 셈이다. 설사 재기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질서있는 기업퇴출을 보장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종석 한국도산법학회 회장(54·사법연수원 15기·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은 “법정관리를 통한 채무 탕감을 모럴헤저드라고 비난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독려해서 부실기업의 연쇄부도를 막아야 경제도 활기를 찾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채무 기업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재기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철도차량 조립업체 대표 A씨로부터 법정관리의 명암에 대해 들어봤다. 4년전 법정관리를 졸업해 ‘기사회생‘한 이야기다.
[이현정 기자 /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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